화요포럼-김정일 중국 방문후 북핵문제

입력 2004-04-27 10:44:21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정일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지도부에게 핵포기를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중국지도자들에게 "북한은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인내심과 함께 융통성을 발휘해 적극 6자회담에 참여할 것이며 아울러 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약속하였다.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행한 이 발언은 양국간의 약속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위원장의 이러한 핵포기 약속에 대하여 중국은 무상 경제지원이라는 대가를 약속하였다.

이제 북한과 중국간에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거래가 이루어진 셈이다.

핵문제는 이제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로 남아있다.

김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앞서 체니 미국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한핵 해결을 중국에 종용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행정부가 초초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마저 가닥을 잡지 못한다면 부시의 재선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과 미국 사이에도 대타협의 조건이 조성된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조기에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난을 해결할 수가 있고, 부시대통령으로서는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문제 타결의 시점은 6월말로 예정된 제3차 6자회담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부시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양보를 하더라도 북한과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이라크전쟁과 MD계획을 위하여 활용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핵문제 해결을 다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부시의 입장에서 북한핵문제는 해결의 돌파구라도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북한으로 봐서도 부시행정부의 임기 마지막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 최선의 기회이다.

이 상황을 활용하여 협상에서 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클린턴 정부 때도 선거의 해에 북미간에 타협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북한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부시와 협상하기보다는 대선에서 민주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시간을 지연하였다가 민주당 정부와 협상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다.

미국 국가이익의 차원에서는 북한의 악의 축의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몰았지만 클린턴 정부도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낙인을 붙였었다.

또한 민주당이 승리할지도 불확실하다.

부시행정부도 6월말의 3차 6자회담에서 가닥을 잡기를 원하면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게 일관되게 선 핵포기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줄 수가 없다고 하면서 리비아식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리비아 방식도 가능한 해결 방식이 될 수는 있다.

리비아 방식이 6자회담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리비아방식은 영국의 중재에 의한 비밀협상이었고, 6자회담은 중국의 중재에 의한 다자간의 공개회담이다.

비밀협상과 공개협상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협상을 통하여 주고 받을 것을 합의한 다음에 공개적인 행동으로서 리비아의 WMD 포기 선언이 나왔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도 리비아식 핵포기를 원하면 리비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과 물밑 협상을 해야 한다.

영국을 통하여 물밑 협상이 이루어진 다음에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영국의 역할을 한 나라가 있었는가? 중국이 그런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체니 부통령이 중국 방문 당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도 6자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 지불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6월말에 있을 제3차 6자회담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북한과 미국의 이익이 서로 합치하는 시점이며 핵문제의 해결 가닥을 잡지 못하면 서로가 매우 손해가 많기 때문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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