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출구조사' 진퇴양난

입력 2004-04-27 08:43:55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대선자금 사

용처 수사를 의미하는 이른바 '출구조사'를 벌여야 하느냐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

져 있다.

출구조사를 강행할 경우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출구조사에 따르는 소환조사 및 자금추적 규모가 방대할 수 밖에 없어 수사 장

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한나라당이 대국민 사죄 차원에서 천안연수원을 헌납하겠다

고 약속한 것을 근거로 이를 '출구조사'와 연계시키는 '빅딜' 가능성을 슬쩍 내비쳤

다 여론의 비판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과 원칙을 내세웠던 검찰이 먼저 정치적 해법을 찾는 모양새가 한 마디로 그

간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라는 지적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

추지 못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떤 방법이든 확인할 것은 해야 하는데 현

실적으로 전 지구당을 상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며 고민의 흔적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일단 중앙당 지원금 유용 혐의로 고발장이 제출된 한나라당 의원 3명에

대해서는 우선 고발인 조사를 벌인 뒤 절차에 따라 피고발인 조사를 벌여 혐의가 확

인될 경우 형사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검찰은 전 지구당에 대한 출구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아직까지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

고 있다.

여기에 지난 대선 직전 당을 옮기고 나서 당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박

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른바 '입당파' 의원 11명에 대한 처리 문제도 변수로 떠오

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들 가운데 대선 직전 당적을 옮긴 박상규 의원에 대해서는 당에

서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자금세탁법을 적용해 이미 기소한 선례가 있다는 점에

서 이와 비슷한 사례에 해당하는 입당파 의원이나 지구당 책임자에 대해서도 형평성

차원에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그간 당이 기업에서 받은 불법 대선자금을 다시 나눠갖는 정당 내부의

자금거래에 대해 자금세탁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누차 강조

해온 것도 출구조사 착수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도록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범죄수익을 적절하게 환수할 수만 있다면

출구조사를 재고하거나 적어도 최소화하는 방안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다양한 방법

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인 개인에 대해 증여세 부과를 통해 일부를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국세청이 재경부에 의뢰한 유권해석의 결

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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