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평화'

입력 2004-04-24 15:14:02

인류의 역사는 전쟁으로 얼룩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먹이,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원시시대의 부족간 다툼에서부터 지금의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전쟁의 역사는 서로 맞물려 있다.

또한 전쟁사에는 인간의 품성과 문화, 정치, 종교, 과학, 한 시대를 지배한 시대정신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전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같은 전쟁에 대해 동.서양 인물들은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다.

중국의 병법가인 손자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 좋은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또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해서 수행되는 정치(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이 낳은 영웅 중 한 명인 버나드 로 몽고메리(1887~1976)가 쓴 '전쟁의 역사'는 전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기원 전 7천년부터 두 번의 원폭 투하로 막을 내린 2차 세계대전까지 9천년 동안의 인류 전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전쟁 방법과 무기 발달사, 전쟁 기술, 전략과 전술, 리더십의 역할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저자가 전쟁과 함께 한 군인 출신이기에 책에는 전쟁이라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인간적인 측면들, 예컨대 피로라든가 공포, 소름, 결핍, 부상 등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몽고메리는 몽골, 중국, 일본, 인도, 한국의 전쟁도 다루면서 이순신 장군을 언급, 눈길을 끈다.

"조선에는 이순신이라는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전략가, 전술가, 탁월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기계 제작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어떤 공격에도 버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방어력을 지닌 배(거북선)를 고안했다.

……일본 해군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이순신 장군의 철갑 전함에 저항할 수 없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란 근본적인 물음에 몽고메리는 "합의를 도출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이라면서 "전쟁에서 오직 확실한 한 가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같은 불확실성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과 그 결단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리더십의 요체라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지켜봤던 몽고메리는 전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의 진정한 목적은 확실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진정한 군인은 타인을 적으로 삼지 않고, 인간 내면의 야수를 적으로 삼는다.

한 군인으로서 나는 희망한다.

황금빛 노을이 지고, 반목과 싸움을 잠재우는 소등 나팔소리가 울리는 그날이 오기를. 이윽고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르며 세계 온 나라의 친선과 평화를 깨우는 기상 나팔이 울리는 그 시대가 오기를".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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