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하는 동양인 분석하는 서양인 생각지도 다르다

입력 2004-04-24 09:14:02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지음/최인철 옮김/김영사 펴냄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10억명 정도는 고대 그리스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20억명 정도는 공자.석가 등 동양 성인들의 지적 유산을 승계했다.

고대 중국과 고대 그리스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 문명에 있어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 차이들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에 존재하는 이같은 차이의 기원은 무엇이며, 이런 차이가 수천년간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가 인간 사고방식 지배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저서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를 통해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것이 유전자가 아니라 문화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니스벳이 재직중인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중국 베이징 대학교, 일본 교토대학교, 한국 서울대학교가 함께 동.서의 사고방식 차이에 대한 체계적인 실험과 연구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자신을 설명해 보라는 물음에 미국과 캐나다인들은 자신의 성격을 묘사하거나 행동을 서술한다.

반면 한국인.중국인.일본인들은 가정이나 학교.직장 등에서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양한 색깔의 볼펜을 보여주고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깔을,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색깔의 볼펜을 고른다.

약간 다른 사진 두 장을 보여주고 차이점을 언급하게 하면 일본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배경의 미세한 차이를 훨씬 잘 찾아낸다.

동양인들은 하나의 사건에 무수히 많은 요인이 관련돼 있다고 여기며 삼단논법을 비롯한 형식 논리에 취약한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사회였던 고대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개방적인 해양국가였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이 매우 존중됐으며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를 개발해야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동양과 '튀어야' 인정받는 서양 △종합하는 동양과 분석하는 서양 △마음을 읽는 동양과 표현을 중시하는 서양 △타협하는 동양과 논쟁하는 서양으로 두 문명간의 차이는 단순화될 수 있다.

▨저자 "상호보완적 차이 불과"

저자는 그러나 동서양의 사고방식은 '상호 보완적인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나, 싱가포르인들처럼 동.서양 문화에 모두 노출된 사람들은 두 문화의 중간에 해당하는 가치나 신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동양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서양적으로 대처한다.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른 것으로 인류는 모두 이중문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 저자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의 문화를 수용해 중간쯤에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