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후 정국풍향계-(5·끝)지역정가

입력 2004-04-23 13:36:02

승자도 패자도 "새롭게 시작하자"

총선이 끝이 났다.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교두보를 확보하려했던 다른 정당들은 16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북 문경.예천에서 무소속 후보 한 사람만 당선됐을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라는 의석 분포가 여대야소로 바뀌고, 정치관계법의 개정으로 정당 운영 체계도 혁명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며, 선거를 위해 확대됐던 정당 조직 역시 정상화 내지 더욱 슬림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지역 정치권 역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그리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당 사무처 인원 축소 방침에 따라 중앙당의 인력 운용 시스템 아래 있는 상근 인원의 숫자에서만 다소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당법의 개정으로 인한 지구당 폐지로 현역 의원들이 시.도당 산하 각종 특별위원회 등 과외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져 시.도당 운영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당선자들 역시 과거 처럼 의정활동을 해서는 시도민들에게 당장 외면당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시도당 관계자들은 총선을 치르면서 후보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 지도 주목거리다. 이들은 당선자 대회에서 하나같이 지역경제 회생 등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을 새로이 했다. 그 성과물이 언제 가시화될 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선거에 이긴 한나라당이 아니라 참패를 한 그 이외의 정당들이다. 가장 큰 변화를 겪어야 할 곳이 열린우리당이다. 한나라당 이상의 규모로 운영했던 선거대책기구를 선거 이전 평상시 규모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

벌써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됐지만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충격과 실망 속에서 인력과 기구 축소 작업까지 벌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때문에 선거 이전 보였던 역동성과 의욕을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21일과 22일 이틀간 이강철(李康哲) 대구선대위원장 초청 대구와 경북지역 출마자 오찬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선거 패배의 충격을 털어버리고 시도당 산하에 정책연구 기능을 확충하고 신인 발굴에 힘쓰는 한편 진성당원 배가 운동도 활발히 벌여 나가기로 했다.

또 23일과 24일 출마자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사정과 고충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하고 특단의 지원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대부분 "그래도 계속 두드릴 수밖에 없다"며 "시도민이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를 받아줄 때까지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박찬석(朴贊石) 전 경북대총장의 호소에 원칙적으로 동감을 표시하고 있어 당장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지는 않는다.

원내 제 2당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로 위상이 급전직하한 민주당과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정계은퇴로 선장을 잃어버린 자민련의 운명은 더욱 암담하다. 아직 중앙당이 어떤 식으로 총선 참패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가닥이 잡히지 않아 속단할 수는 없으나 총선 이전보다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데는 별 이의가 없다.

민주당은 우선 시도당을 통합하고 당사도 축소.이전, 통상적인 운영 시스템을 극도로 슬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모든 것에 앞서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라 선거 후유증을 하루빨리 털어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당명 개칭마저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변신 여부가 주목된다.

자민련 역시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 지금까지 당의 오너 겸 정신적.물질적 지주로 있던 JP의 퇴장이 선장 부재 현상으로 오합지졸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장 독이 될 수도 있고 자생력을 기르고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약이 될 수도 있으나 어느 방향으로 갈지 속단은 금물이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이나 지역에서 한결같이 환골탈태를 다짐하고 있지만 말처럼 그리고 의도대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승리자인 민노당은 강화된 발언권을 바탕으로 향후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지역의 강한 보수성과 지역주의를 벗어날 수 있도록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지구당 폐지에 따른 대구시당의 재편과 재정비를 통해 지역에서의 정치적 입지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원내 3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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