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탄핵'타령

입력 2004-04-19 15:50:03

열린우리당의 송영길 의원은 모 방송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뽑은 것도 아니고 민주적 정당성도 취약하다"면서 "이런 헌재(憲裁)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송의원 발언내용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발언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란 문제는 헌법에 근거를 둔 순수한 법률적인 사안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송의원의 발언엔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주지하다시피 그 경위가 어쨌든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넘겨졌다.

그럼 국가의 기본틀인 헌법이 존재하고 그게 존중돼야 한다면 이젠 그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다는건 법치국가의 상식이다.

더더욱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상식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할 입법기관의 일원이 아닌가.

▲그런데 헌재의 재판관들이 국민이 뽑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민선 대통령의 탄핵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적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결국 법원이 필요없거나 법관들은 모두 국민들이 뽑은 사람으로 앉혀야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불법선거자금이나 선거법을 어긴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의해 수사를 받고 기소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는 그 법률행위에 대한 송 의원의 견해를 묻고 싶다.

민선 대통령의 진퇴를 헌재가 결정할 수 없다면 민선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도 법원이 판결할 수 없는 것과 뭐가 다른가.

▲또 헌재가 민주적 정당성도 취약하다 했는데 헌재는 바로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결로 탄생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 구성원들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인씩 인선(人選)토록 한것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막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헌재의 어떤 부분이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지 납득하기 어렵다.

송 의원의 발언은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우리의 사법질서를 부인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발언은 헌재를 모독하는 발언일수도 있다.

▲어느 신문 여론조사에서도 52%가 '탄핵은 헌재에 맡겨야 한다'고 나왔고 그것도 20대이상 54%가 '헌재를 지켜보자'는 반응이었다.

뭐가 그리 급해 '과반여당'이 총선 끝나기 무섭게 탄핵부터 들고 나오는지 답답하다.

KBS가 일요일 진행한 국민대토론에서도 사회자가 탄핵철회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다 '호된 질책'을 당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지금 이런 문제에 매달릴 때인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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