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수집운동 "이젠 그만..."

입력 2004-04-15 12:03:40

전국적으로 확산된 고철 수집운동을 탄력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철강원자재 대란이 발생한 뒤 품귀현상을 보였던 고철이 범국민적 고철모으기 운동으로 마구 쏟아지면서 철강사 야적장마다 고철을 실은 화물차 행렬이 이어져 고철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국내 고철 발생량이 일정한 터에 한꺼번에 고철이 수집될 경우 조만간 다시 고철 부족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확산된 고철수집 운동을 권역별로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공단 철강사들에 따르면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과 범국민적 고철 모으기 운동으로 지난달 하순 이후 포항시 송내동 단지주유소∼신기동 삼거리 구간과 연일대교∼관리공단 구간 등 공단도로가 고철운반차량으로 인해 교통체증 현상까지 빚고 있다.

국내 고철은 폐차 등 일상 생활에서 나오는 '생활고철'과 교량.건물 등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철거고철', 산업체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발생고철' 등 3가지다.

이 중 철거고철과 발생고철은 인위적인 공급조절이 불가능해 고철 업계는 생활고철로 수급을 조절해 왔다.

그러나 범국민적 고철수집 운동으로 흩어져 있던 고철이 한꺼번에 재활용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생활고철의 시장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t당 30만원을 넘었던 고철 값이 최근 22만원대로 떨어졌고 고철값 추가하락을 우려한 업자들이 무작정 출하하면서 고철 홍수 출하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고철 수요자인 철강사들이 고철 수입량을 줄일 경우 '내수고철 사용증대→국내 재고부족→수입량 확대→가격폭등'이라는 철강원자재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항의 고철업체 이모(50)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범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금을 수출한 뒤 불과 1년도 안돼 훨씬 비싼 값을 주고 금을 다시 수입했다"며 "고철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높은 만큼 지자체 등이 전개하고 있는 고철 수집운동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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