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지는 고속철
"반나절 생활권이라고요? 오히려 출장이 하루에서 이틀로 늘어났습니다".
구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거래처에 갈때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지난달까지는 새마을호 열차를 타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철 개통이후 새마을.무궁화호의 운행 편수가 대폭 줄어 이용 시간대가 맞지 않는데다 표를 구하기도 어려워 고속버스로 바꾼 것.
김씨는 "시간 여유가 있으면 철도를 이용,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회의에 들어가지만 급할때는 새벽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한다"며 "열차에서는 서류를 점검하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고속버스는 흔들림 때문에 아무 것도 할수 없어 시간낭비가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속철 역사가 없는 중소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속철이 서지않는데다 새마을.무궁화 등 기존 열차가 70%정도 줄고 속도는 더욱 느려지는등 교통 상황이 10~20년전으로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
이때문에 구미와 김천의 경우 고속철 개통이 오히려 철도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해 '교통 낙도'를 만들었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잦다.
김천시청 교통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새벽 4시50분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 수도권에서 오전에 업무 처리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오전 8시에 첫 차가 떠나기 때문에 하루 전날 출발해 숙박을 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그나마 얼마 남지않은 지역의 중소업체들마저 대도시로 모두 옮겨가고 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고속철 역사가 있는 대도시의 주민들도 중소도시로의 환승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바람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대규모 공장이 밀집한 수원 등 중소도시로 출장가는 기업인과 직장인, 공무원들의 불만이 더욱 높은 것.
대구시청 한 간부는 "예전에는 열차를 타고 수원역에 도착, 곧바로 공무원연수원 입소가 가능했는데 지난 1일부터는 하루전날 출발해야 다음날 아침 입소를 할 수 있어 출장일수가 오히려 늘어났다"며 "철도 수송률을 높여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겠다는 고속철 건설의 당초 목적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통 전문가들은 "이용객의 편의나 환승 체계 마련 없이 속도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일본처럼 고속철도 단계를 세분화해 정차역을 대폭 늘리고 환승 연결체계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철도청은 일반 열차의 감축 운행에 따른 이용객들의 불편을 고려, 12일부터 새마을.무궁화호 운임을 10% 하향 조정하는 한편 경부선과 대구선에 14회의 열차를 증편 운행키로 했다.
증설되는 열차는 서울-진주 간 새마을호 열차 2대와 서울-해운대, 서울-동대구 간 무궁화호 각 2대씩이며 주말에는 서울-부산 간 새마을호 2대와 서울-부산 간 무궁화호 2대가 추가로 운행된다.
또 대구와 포항을 출퇴근하는 통근객을 위해 대구선 통근열차도 2회 증설되며 기존의 44개 열차에 객차 54량을 추가로 연결해 좌석 1만1천560개가 늘어난다.
철도청은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과 호남선은 기존선을 전철화해 고속열차를 운행하기때문에 일반열차의 감축 운행이 불가피하다"며 철도 승객들의 양해를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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