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열전지대를 가다-경북 경주

입력 2004-04-08 13:36:46

무소속 가세로 막판 혼전

'싸움은 이제부터'.

무소속 김일윤(金一潤).임진출(林鎭出) 후보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경주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든다는 역전 부근이나 성동시장에서도 이 같은 열기가 감지된다.

주민에 따라 양당(兩黨)구도가 깨졌다고 보는 이들도 있고, 한나라당 정서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인 시각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선거 분위기가 일주일 전과 비교할 때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노풍(老風)' 이후 열린우리당이 주춤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다 김.임 후보의 가세로 후보가 8명이나 난립해 혼전양상이다.

6일 경주 역전에서 만난 박형록(25.경주 교동)씨는 "주위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탄핵풍이 빠지면서 아무래도 주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 산내면 김교형씨는 "한나라당 영남불패 신화가 깨진다는 의미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지만 무소속 후보의 가세로 어지럽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아직 '노란색 바람'이 꺾였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지난달 16~25일까지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김도현(金度縣) 후보가 11%(한나라당 정종복 후보 28%)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26일 KBS 여론조사에선 18.4%(정 후보 31%)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김 후보측은 오히려 무소속 후보들의 가세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무소속 두 후보가 모두 한나라당 성향의 낙천자인 만큼 정종복(鄭鍾福) 후보의 표를 나눠 가질 게 뻔하다"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바라는 구도가 된다"고 내심 반겼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견해에 상당수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다.

김.임 후보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일주일 만에 번복한 김일윤 후보는 "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입장이다.

경주 김씨 종친회를 중심으로 한 지지자들이 삭발과 단식투쟁, 항의시위를 벌이자 내심 놀랍다는 반응이다.

여기다 최근 그가 빠진 TV 토론회가 방영된 뒤 경주 민심이 김 후보의 공백을 아쉬워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재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2강(정종복.김일윤) 2중(김도현.임진출) 구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후보의 뒷심도 뜨겁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최대 지지기반인 안강을 토대로 한나라당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후보측은 자신을 포함한 정종복.김일윤 후보를 3강으로 분류한다.

다만 김일윤 후보에 대해선 "고정표가 탄탄하지만 그에 대한 반감도 상당해 어느 선까지 가면 지지율이 정체될 것"으로 예견했다.

한나라당 정 후보는 결코 만만치 않은 무소속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후보난립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주판알을 퉁기고 있을 정도. 그러나 안강과 외동 등 일부 지역에서 감표가 불가피하나 선거막판엔 부동표가 한나라당을 향할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정 후보측은 "무소속 낙천자들의 가세로 일부 이탈표가 있겠지만 열린우리당의 기세가 주춤하면서 전체 판세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노동당의 정준호(丁俊鎬) 후보와 민주당 박판렬(朴判烈) 후보, 무소속 김영술(金榮述), 무소속 정홍교(鄭泓敎) 후보도 군소정당의 설움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물러 있지만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보난립으로 고유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8명이나 후보로 나서 싸움이 복잡하게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정준호 후보는 용강동.외동.충효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와 서민을 타깃으로, 박 후보는 경주 성동.양남동과 양북.감포읍의 20, 30대 젊은 층을 겨냥해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또 김 후보는 서민과 영세상인 등을 상대로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옥중출마한 정홍교 후보는 공직자 출신답게 경주 공무원층과 농민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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