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조개, 기생고둥, 식인조개, 전갈고둥...'
포항시 창포동 청구아파트 박덕원(59)씨 집에 들어서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조개와 고둥, 산호가 지천이다. 지구상의 조개류를 거의 대부분 모아 둔 박물관이다. 32평 아파트 거실과 방마다 조개류가 가득하다. 전시공간이 모자라 상자에 따로 보관해 두고 있을 정도다. 박씨가 30여년간 국내외를 돌며 수집한 한 것이다.바다가 없는 천안에서 태어난 박씨는 지난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 근로자로 일하다 홍해의 조개에 반해 수집을 시작했다. 박씨가 소장하고 있는 조개류는 700여종 1만여점에 달한다. 개인 소장가로는 전국 최대로 추정된다. 길이 80cm, 무게 15kg인 식인조개, 조개에 붙어사는 희귀종 기생고둥, 뱀처럼 생긴 뱀고둥,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천적으로 알려진 헬멧고둥, 암모나이트 등 조개류와 나무가지처럼 생긴 산호인 연산호, 진주가 박힌 진주조개 등 진귀한 보물들도 적잖다. 돈으로 환산해도 수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해양환경오염으로 멸종되는 조개와 고둥이 늘고 있어 박씨의 소장품은 더욱 소중하다.박씨는 "조개와 고둥을 찾기 위해 어부들이 버린 그물쓰레기를 뒤질 땐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개와 고둥을 전시하는데도 힘이 들었다. 손질을 잘해야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취를 풍겨 이웃 주민들의 항의도 적잖게 받았다. 조개수집의 일등 공신은 부인 권문예(54)씨. 30여년동안 항상 부부동반으로 여행하면서 조개를 수집했다는 것.
박씨는 소중한 소장품의 도난방지를 위해 경비업체에 의뢰해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이사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박씨의 가장 큰 고민은 엄청난 소장품을 앞으로 어떻게 보관하느냐는 것. 전시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라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최근 국립등대박물관측이 박씨의 소장품에 관심을 보여 협의가 이뤄진다면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고둥똥 냄새를 향수로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조개수집의 의미를 알게 된다"며 "조개들을 보면 볼수록 자연의 오묘함과 위대함에 심취된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사진:15kg이나 나가는 식인조개를 안고 있는 박덕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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