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지역IT협력연구센터' 사업의 주관대학으로 경북대를, 대상 연구분야로 '임베디드SW'를 결정하고, 임베디드SW 연구센터를 '구미벤처센터'내에 두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매일신문 3월20일자 1면 보도〉 영남대를 포함한 경산권 대학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지역혁신체제(RIS) 구축을 초광역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대구-모바일', '경북-임베디드'라는 역할분담이 전제되어 있었는데 이 원칙이 무너져 버렸다는 주장이다.
IT협력연구센터가 R&D(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구미벤처센터내에 두기로 한 임베디드SW 연구센터 설립은 구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세워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북대만 실익을 챙긴다는 불만인 셈이다.
또 IT협력연구센터 사업시행 공고가 지난 26일 이루어졌고 사업계획서 접수마감이 4월26일인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사실상 경북대를 주관대학으로 확정한 것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는 원성이 높다.
◇왜 갈등하나=지역IT협력연구센터는 SK텔레콤, KT, KTF 등 통신 3사들이 1천억원의 기금을 출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4개 광역권으로 묶어 센터당 250억원의 IT R&D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지자체와 주관대학이 각각 10%의 매칭펀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체 예산은 300억원).
하나의 경제권인 대구와 경북은 상생과 협력의 대표적 사업으로 지역IT협력연구센터를 선정, 경북대를 주관대학으로 삼고, 구미에 '오픈랩'(=장비와 공간을 갖추고 연구원들이 프로젝트별로 모여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연구기관) 형태의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구미시 모두 이런 역할분담에 만족해 했다.
문제는 사업 대상분야로 지정된 정보통신 9대 신성장 동력 부문(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TV, 홈네트워크, IT SoC, 차세대PC, 임베디드SW, 디지털콘텐츠, 텔레매틱스, 지능형로봇) 가운데 '임베디드SW'를 대구경북IT협력연구센터 사업분야로 확정하면서부터. 임베디드를 향후 대학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삼으려 했던 영남대를 비롯한 경산권 대학들이 결과적으로 임베디드 관련 사업의 핵심에서 빠져버리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대구.경북 임베디드 발전계획= 대구와 경북은 IT협력연구센터 사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임베디드를 지역의 전략산업 분야로 이미 선정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2009년까지 6년간 350억원을 투입해 '경북임베디드기술혁신센터(ETIC)'를 영남대에 설립하고, 구미전자정보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39개 대학과 구미, 경산, 포항의 기업 및 연구기반을 잇는 초광역 임베디드테크노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2월15일 경북대구 임베디드기술진흥협회를 창립했다.
대구시 역시 지난해 12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주관으로 향후 5년간 165억원을 투입, 700평 규모의 '임베디드SW 지원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ETIC와 임베디드SW 지원센터 설립계획이 모두 R&D 분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IT협력연구센터 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존의 계획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베디드SW 산업은 성격상 또 모바일단말상용화지원센터(대구)와 첨단모바일산업지원센터(경운대), 구미디지털산업지원교육센터(금오공대), 경북대구 부품소재 클러스터 구축사업 등과도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갈등을 풀려면= 임베디드를 둘러싼 갈등은 성장산업의 혁신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일종의 주도권 다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임베디드 혁신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과제는 하나의 기관이 추진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기관과 지역간 상호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할분담과 협력R&D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기능적 메커니즘의 형성이 성공의 요체이자 갈등의 해법인 셈이다.
IT협력연구센터는 그야말로 R&D지원사업인 만큼 경북대가 주관대학이 되더라도 영남대를 비롯한 대구경북권 다른 대학이 참여함으로써 각자의 R&D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임베디드SW 지원센터와 ETIC도 계획대로 추진해 설립하면 된다.
다만 IT중심대학인 경북대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대구), ETIC(경산, 영남대), 임베디드SW 연구센터(구미)간 역할과 기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시, 도와 각 대학, 전문가들의 지혜와 양보, 협력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사업의 목적은 '우리지역의 임베디드 혁신역량을 키워 기업 및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동일하다.
대구경북분권혁신협의회가 대구경북 공동혁신사업 1순위로 대구 294억원, 경북 492억원, 합계 786억원 규모의 임베디드SW 관련 사업을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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