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형식'(피천득)이라는 수필(隨筆). 최근 들어 수필 인구가 크게 느는 등 수필이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문학 장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수필문인들의 동인활동이 활발하고, 수필가 양성을 위한 강좌에도 수강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수필인들은 "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난해함 때문에, 소설은 그 분량 부담으로 인해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수필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여기에 자기 표현 욕구까지 맞물려 수필 붐이 일고 있다"고 풀이했다.
◇ 급증하는 수필 인구=수필가로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회원 수는 약 1천500여명. 이밖에 문협 비회원이면서 수필가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필전문지와 동인지가 30여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수필 인구가 문협에 등록된 회원의 약 5배에 달하는 7천~8천명 정도로 짐작된다는 것이다.
대구 경우 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 소속 회원은 120여명. 하지만 현재 대구에서 활동중인 수필문인들의 모임에 소속된 회원들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허창옥 대구문협 수필분과위원장은 "이들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중인 수필가들도 적잖아 지역 수필가들은 모두 500여명 정도로, 시인 다음으로 그 수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필 인구 증가를 반영, 수필 강좌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해 8월 문을 연 대구수필문예대학은 1기 수료생 20여명을 배출했다.
이들 수료생들은 최근 수료 기념문집 '사철나무 붉은 열매'를 출간했으며 영남수필 신인상, 대구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구수필문예대학 지도강사를 맡고 있는 신재기 경일대 교수는 "정년 퇴직자, 직장인, 주부 등 수강생이 매우 다양하다"며 "자기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기 위해 수필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대구수필아카데미도 지난 해 하반기 1기 수료생 29명을 배출한데 이어 13일부터 올 상반기 강좌를 시작했다.
1기 수료생들은 얼마전 '내뜨락의 괭이밥'을 출간하기도 했다.
홍억선 대구수필아카데미 대표는 "전국적으로 수필 관련 행사에 수백명이 몰려들고, 수필가가 되려는 예비문인들이 줄을 잇는 등 수필 붐이 일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밖에 대구MBC 문화센터의 '목요수필'을 비롯해 대봉.남부.서부도서관, 대구.동아.롯데백화점 등에서 수필 강좌를 각각 열고 있다.
부산일보, 경남신문 등 일부 일간지들은 신춘문예를 통해 수필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 활발한 수필문인 동인활동=연륜 짧은 수필 모임은 동인지를 발간하고, 오랜 역사의 동인회는 전시회를 열거나 신인상을 제정하는 등 7곳에 이르는 대구지역 수필문인 모임들이 어느때 보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구수필 동인단체는 회원성격에 따라 일반인 대상의 영남수필문학회를 비롯해 대구수필.수필사랑문학회가 있다.
이와 달리 경북대 의대출신 동문으로 만들어진 안행수필문학회와 수필가와 시인 회원의 산문과 시학, 대구.부산.울산.광주.전남.전북 등 영호남 6개지역 수필가로 이뤄진 영호남수필문학회(대구지회)가 활동중이다.
1968년 창립, 전국 처음으로 수필 동인지를 내고 대구서 가장 오래된 수필동인회로 인정받는 영남수필문학회는 지금까지 35집의 동인지(수필문학)를 발간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신인상을 제정,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재호 회장은 "경북수필문학회로 출발했으나 대구와 경북의 분리로 이름을 영남으로 바꿨고 순수문학으로서 수필의 위상을 정착시키려 애쓰고 있다"며 "선배들이 쌓아온 전통의 맥을 이으면서 서사시 형식의 수필, 5매 수필 등 실험적 수필 양식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같은 의과대학(경북대 의대) 출신의 수필동문으로만 이뤄진 안행(雁杏)수필동인회는 지난 1983년 구성됐다.
지금까지 동인지 '안행수필' 20집을 발간했으며 '안행수필, 동창 저서 전시회'를 열고, 작품낭독회도 열었다.
역시 1983년에 창립된 대구수필문학회는 지금까지 동인지 '대구수필' 22집을 발간했다.
특히 대구 수필동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97년 대구수필문학상을 제정, 지난 해까지 7회를 기록했고 50대 이하의 젊은 수필가를 회원으로 유치하는데 노력하는 등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영호남지역의 갈등을 문인들이 앞장 서 해소하자는 취지로 지난 90년 창립된 영호남수필문학회 대구지회는 '영호남수필' 발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인지는 6개 지역이 번갈아 가며 주관, 발행하며 대구서는 93년과 99년에 이어 오는 2005년 발간한다.
2001년 창립된 수필사랑문학회는 연륜이 짧지만 기성.아마추어 작가 7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매년 두차례 작품집을 내고, 지난 해에는 '대구.경북 수필작가 세미나'도 열어 수필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으며 인터넷에 수필사랑이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와 올해에 각종 수필 공모에서 14명의 등단자를 배출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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