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읍 시가지로 진입하는 영덕대교를 지나 영덕여고-안동, 울진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는 현재 문을 닫은 점포가 적잖다.
작년 추석만 해도 이 도로변은 비교적 장사가 잘 되던 상권 중 하나였다.
일년도 채 안돼 왜 이 도로변 상권은 몰락하고 있을까? 이유는 바로 영덕읍을 통과하는 우회도로다.
▨우회도로 택한 영덕읍과 영해면
2차로인 7번 국도를 4차로로 확장하면서 종전 영덕여고 앞을 지나던 도로 대신 고불봉을 휘감아 영덕읍을 빠져나가는 우회도로를 개통하자 시가지로 진입하는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것이 상권 붕괴의 결정타가 됐다.
당초 기존 도로를 확장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서 교통사고 예방 등 읍민 생활편의를 위해 우회도로 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 기존 도로의 확장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권 추락은 영덕여고를 따라가는 기존 도로변뿐만 아니라 영덕읍 핵심시가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 영덕읍민들은 뒤늦게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영덕읍 우곡리 김상권(48)씨는 "왜 당시엔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기존 도로를 4차로로 확장한 뒤 다시 체증 등 문제가 심각해지면 우회도로를 개설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읍민들이 후회한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현재 공사가 한창인 영해면도 별로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시가지 통과와 우회도로 개설을 놓고 주민사이에 밀고당기기를 수없이 한 끝에 우회도로로 결정난 것. 특히 영해면의 경우 새 도로가 경북지역에서도 알아주는 너른 들판인 연평들을 반쪽으로 가르는 바람에 곡창지대를 망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해면 한 농민은 "우회도로가 영해에서 병곡 사이에 펼쳐진 연평들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돼 앞으로 항공방제도 못할 형편"이라며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영해 5일장도 급격하게 쇠락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7번 국도변 영해면 지역 상인들도 영덕읍 중심부의 상권 붕괴를 바라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존도로 확장한 강구면
영덕읍이나 영해면과 달리 강구시가지 주민들은 그들의 선택에 안도하고 있다.
강구 역시 7번 국도 확장 당시 우회도로와 기존 시가지 통과를 놓고 갈등이 적잖았다.
그러나 우선 기존도로를 확장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그 후 공사를 거쳐 수년 전에 개통했다.
기존 도로가 살아남자 시가지에서 다소 떨어진 삼사해상공원 앞까지 상권이 확장됐다.
추락을 면치 못하는 영덕읍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강구에서 대게업소를 경영하는 최병철(50)씨는 "지금 강구에 대게를 먹으러 찾아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7번 국도를 차를 타고 오가다 들르는 사람들이다.
만약 강구가 우회도로를 택했다면 대게상권이 현재처럼 번창할 수 없었다"며 "야간에 7번 국도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강구시가지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막대한 광고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착오 겪지 말자는 영덕읍민들
7번 국도 우회여부를 두고 영덕읍 및 영해면과 강구지역이 이처럼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되자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추진 중인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노선. 영덕읍민들은 "7번 국도에서 톡톡히 대가를 치렀다"며 "향후 도로는 반드시 시가지와 연결되는 노선 설계가 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덕 외에도 도로 때문에 흥하고 망하는 지역이 도내에서도 적잖다.
영천 금호와 포항 청하가 대표적인 지역. 도로가 시가지를 통과할 때만 해도 두 지역은 중심시가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명성은 옛일이 됐다.
오가는 사람들이라야 지역 주민들이 고작이다보니 땅값은 반토막난 지 오래고, 상권 붕괴로 신축 건물을 구경할 수 없다보니 도심은 황폐화되고 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시가지로 다시 도로를 내달라는 읍소까지 하는 형편이지만 현재로선 되돌리기가 불가능해졌다.
영덕군청 한 관계자는 "대도시의 경우 우회도로가 오히려 도시 팽창효과를 가져오지만 중소도시는 상황이 다르다"며 "교통여건을 감안하면 우회도로 개설이 옳지만 생계와 직결된 주민 및 상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