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들어 처음으로 '법률한자'강좌를 개설하였는데 의외로 수강학생이 많아 교실이 초만원이 되었다.
우선 한자를 배우지 않는 세대나 배워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한자를 잊어버린 세대에게는 한자교육 운운하는 것이 또 하나의 외국어공부가 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말의 70%이상이 한자에서 나왔다 하니 우선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를 알아야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 50대 이후 세대들은 집에서 천자문을 떼고 학교에서 또 한자를 배웠다.
경제단체에서는 취업에 한자를 요구하는 발표를 하고, 곳곳에서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화권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이러한 요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 중국은 대학에서의 영어능력강화지침을 발표하였다.
그 단계를 상.중.하로 나누어 각각의 단계에서 요구되는 영어능력수준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 중국 서점가에는 온통 영어교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중국학생들은 이제 영어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촌(中關村)거리에는'국제화는 의무적이라기보다 필수적이다'는 구호가 보인다.
현실적이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는 당당한 중국의 모습인 것 같다.
예컨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지난 20여년간의 중국법을 보면, 원칙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자세한 것을 제정하는 일반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은 우선 현실적으로 필요한 법부터 먼저 만들고 그 후 중국여건에 부응하는 법을 서서히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영어교육도 바로 그 시기에 맞추어 실시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근세에 들어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수많은 선열들이 인간다운 자기삶을 포기한채 독립운동에 일생을 보낸것도 억울한데, 남북이 갈리어 우리끼리 무슨 철천지 원수인양 반세기 이상을 죽어도 통일이라는 구호속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정말 억울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동안 우리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글을 외래어의 홍수속에서 그나마 잘 가꾸어 온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속의 우리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아프리카대륙의 총 수출량보다도 많은 나라이다.
아직도 한민족운운하며 통일문제에 너무 집착할 것은 없다.
북한도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국음식을 보면 한끼식사에 여러 가지 종류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메뉴를 택할 수밖에 없다.
혹시 이런데서도 우리 사고의 단순성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무슨 조그마한 일만 있어도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말 다양성이 아쉽다.
우리나라는 땅도 좁고 자원도 없는 소위 기본유산이 없다.
있는 것은 사람들 뿐이다.
그런데 그만하면 괜찮은 우리 아이들을 학교만 보내면 성적순위를 매겨 줄을 세워 사기를 꺾는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장점이 많다.
'빨리 빨리'식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다.
천천히 하다가 언제 선진국이 되겠는가. 우리의 대륙적 기질은 우리를 좁은 한반도에 묶어 놓을 수가 없다.
훨훨 날아 세계로 나가야 한다.
냉전시대의 종말로 그간 막혀있던 중국과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의 길이 훤하게 열려 있다.
청년층 실업은 단기간 미봉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우리 젊은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대기업에 취업해야 결혼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일손이 모자라는데도 그런곳은 기피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다가 넓은 일자리로 나아가 창업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넓은 일자리로 진출하는데는 역시 외국어가 구비되어야 한다.
21세기 화두는 컴퓨터와 영어에다 이제는 중국어다.
지정학상, 역사상 중화권에 가장 맞는 사람은 바로 우리다.
중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 국가들과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보이지 않는 화교제국과의 교류는 바로 한자 및 중국어로 무장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한자문화권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은 필요하며, 특히 서양 영어와 동양 한자권을 잘 아우를 수 있는 나라는 동서양의 문화를 골고루 섭렵한 우리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홍욱 대구가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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