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천재와 광기는 등가물'이라고 말한다.
'너무 똑똑해 미쳤다'는 말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대학원 수업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강의가 창조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를 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만한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었으며, 여자에게도 안하무인이었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우리 타액이나 교환하자"고 말했다가 뺨을 얻어 맞기도 한다.
어느 날 그는 정신이상자가 된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 구내를 떠돌아다니며 30년 동안 유령처럼 지낸다.
몰골로 봐서는 아무도 그가 한때 촉망받던 수학 천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정신분열증을 이겨내고 지난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수학자가 경제학상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30년 동안 정신이상자로 지낸 이에게 말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수학자의 삶을 그린 실화다.
사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야 맞겠다.
영화는 실화에 많은 픽션을 가미했다
영화는 기구한 내쉬의 삶을 재구성했다
아내 알리샤의 사랑과 냉전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훌륭한 휴먼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74회 아카데미는 '뷰티풀 마인드'에게 작품상을 안겨주었다.
실재 존 내쉬는 정신분열 초기에 신문에 우주인이 보낸 암호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친구가 물었다.
어떻게 자네처럼 이성과 논리로 똘똘 뭉쳐진 이가 이런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존재에 대한 착상이든, 수학적 착상이든 내게 떠오를 때는 똑같은 길로 오기 때문이지. 그러니 어떤 착상이든 진지하게 따져볼 수 밖에…". 수학자 다운 발상이다.
감독은 이 대목을 1950년대 '반공산주의' 물결과 연결시킨다.
미 국방부가 군사암호 해독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내쉬를 비밀요원으로 채용한 것. 소련첩보원들이 각종 신문과 잡지에 남겨 놓은 암호를 푸는 임무를 맡는다.
내쉬의 정신적 육체적 방황과 이를 극복하는 투병기가 눈물 겹다.
특히 내쉬의 곁을 지키며 희생하는 아내의 노력이 감동적이다.
정신분열증에서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쉬처럼 오랫동안 심각하게 앓아왔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1990년대 초 그는 '걸어다니는 기적'이었다.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것은 1950년 프린스턴 박사학위 제출한 '비협력게임'이라는 논문이다.
27쪽 짜리의 짧은 논문이다.
'내쉬 균형'으로 일컬어지는 게임이론은 체스나 포커에서 적용되는 전략을 기초로 기업 상호간의 작용을 예측하기 위한 이론이다.
게이머가 갖가지 전략을 선택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전략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는 순간 균형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OECD가 원유 감산을 결의한다고 가정하자. 가격은 오르고 물건은 없다.
OECD회원국 중 하나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쿼터를 어기고 원유를 팔기 시작할 것이다.
결과는 다른 회원국도 마찬가지. 결국 판매량은 늘고, 가격을 다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 이론은 이후 경제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거쳐 현재는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20세기 혁명적인 경제이론'으로 자리잡았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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