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이후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언론은 연일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과 학원가, 학교는 물론 유명 강사들의 움직임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후속 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져 목소리를 낸다.
가히 교육 공화국이라 할 만한 풍경이다.
서울시는 발빠르게 학교정상화추진대책을 내놓았다.
학부모들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수준별 이동수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은 교육부보다 앞서 자체적으로 인터넷 활용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지역 우수 교사들로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 인터넷을 통해 무료 강의를 실시하는 한편 상담과 자율학습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이에 비하면 대구.경북 교육청은 극히 조용하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세부 시행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뿐이다.
취재 중에 대구시 교육청의 새로운 계획 하나를 듣게 됐다.
'장학지도의 틀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장학지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장학사가 방문한다며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대롱대롱 난간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던 일이며, 발표할 사람과 질문할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며칠을 연습하던 일이며, 어색한 존댓말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내용도 모른 채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던 친구들까지.
교육담당 기자가 된 뒤 살펴본 '강평' 상황도 생각났다.
장학관과 장학사, 학교장과 인근 학교 교장, 교사들이 줄지어 앉아 그날의 수업에 대해 근엄한 평가를 내리던 모습이었다.
"형식에 그치는 전시성 장학은 않겠다는 겁니다"라는 이경희 초등교육과장의 얘기를 듣자 호기심이 바짝 일었다.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랬다.
앞으로는 장학사가 학교에 가서 수업 참관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시범 수업을 하면서 "수업이란 이렇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
수업 후에는 '강평'이 아니라 장학사의 시범 수업을 두고 자유롭게 '토론'한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참가하는 수업 연수도 수시로 열린다.
가까운 몇 개 학교 교사들이 한 교실에 모여 학생 역할을 하고 장학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수업 우수 교사가 강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토론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이런 장학지도에 학교 대청소나 어색한 높임말, 짜고 하는 수업이 있을 리 없다.
이 과장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학지도를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라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 교육청의 이번 시도는 교육부나 여타 교육청이 내놓은 정책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조금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들이 사실은 사교육의 방식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편법인 것과 견주어보면 한결 믿음이 간다.
교사의 질과 수업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모든 정책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대구 교육청이 이번 시도를 통해 얼마나 큰 결실을 거두어낼 지 주목할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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