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딜레마…무대책 일방수혜 대신 사회복귀프로그램 필요

입력 2004-02-26 13:54:25

"'인권'을 이유로 노숙자들을 시설로 보내지 못하는 것이 정말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이제 더이상 노숙자들을 방치해서는 안되며 근본적인 대책을 새롭게 세워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공익을 해치는 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데다 지난 12월 이후 대구에서만 2건의 노숙자 살인사건이 나고 강도나 절도 등 노숙자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시청 단속반은 사라졌고, 경범죄 등을 구실로 노숙자들을 단속해 시설로 보냈던 경찰마저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이들을 규제할 사회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대구시 사회복지과의 장호덕 계장은 "마음대로 술 마시고 구걸하는 등 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해진 노숙자들이 단체 생활을 하는 시설에 가기를 꺼려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출입이 자유로운 드롭인(Drop-in)센터를 개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끼니를 때우도록 보조해 주는 '일방적인 수혜 정책'에서 이제는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의 이주우(40) 생활지도과장은 "노숙자들 상당수가 정신병이나 알코올 장애 등이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사회가 '인권'을 핑계로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노숙자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토록 하는 전문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 위주의 노숙자 프로그램 활성화도 필요하다.

달서구 두류동에서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사랑의 손잡기실천본부(대표 조현자.48)가 이달 초 개업한 '물구나무'가 좋은 사례.

조씨는 "노숙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 희망과 재활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식당을 열었다"며 "이미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있는 노숙자들에게는 단순한 지원보다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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