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식에는 희생자 1명당 2명씩의 유족 대표 등이 참가했으며 추모식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흐느끼고, 울분을 참지 못한 일부 유족은 참석한 귀빈들을 향해 뛰어가다 주변의 만류로 땅바닥에 주저않는 등 사뭇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지하철 참사 당시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방영되고 추모 사이렌이 울릴때는 눈물 바다가 됐다
2.18 참사 유족 회장인 강달원씨는 "오늘의 행사가 가신님의 넋을 기려 안전한 도시 지하철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며 "참사 희생자와 부상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시민들에게 거듭 감사한다"고 밝혔다.
○...추모식장은 중앙로의 통제가 시작된 0시부터 책임을 맡은 설치 미술가 김정희(32)씨와 1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해 밤샘 작업 끝에 영정을 모신 추모제단 설치를 완료했다.
중앙로역 일대에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행사 1시간 전부터 추모 음악이 울려퍼졌으며 행사장에는 '아픔과 슬픔을 넘어 안전한 생명의 도시로...' 등 내용의 추모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높이 5.5m, 길이 7.5m의 대형 추모제단에는 희생자 192명중 79명의 영정이 사진 대신 초상화로 만들어져 올려졌으며 나머지 희생자들은 위패가 나란히 모셔졌다.
또 앞쪽에는 하얀 풍선이 매달린 2천개의 하얀 의자가 150m 가량 줄지어 배치됐다.
영정 초상화를 제작한 서양화가 조경현씨는 "3명의 화가가 지난 1월20일부터 합숙 작업끝에 영정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나머지 희생자들의 영정은 위패로 대신했다"며 "고된 작업으로 힘들었지만 희생당한 분들을 추모하는 뜻이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모 제단 뒤편에는 설치 작가 30여명이 만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높이 12m의 대형 생명 나무와 바람개비 6개가 한조를 이룬 조형물이 전시됐다.
바람개비는 희생자들의 영혼들이 바람개비를 통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편히 쉬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바람개비 자체가 해를 상징하기도 해 앞으로의 밝음과 희망을 의미한다는 것이 설치 작가들의 설명.
○...이날 추모 행사를 위해 대구경찰청은 18일 0시부터 중앙네거리에서 공평네거리간 왕복 4차로 600m 구간에 대해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지만 시민들 모두 이에 적극 협조, 행사장 주변은 엄숙한 분위기를 보였다.
택시 기사 정찬식(54)씨는 "어린 사람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죽었는데 교통 통제쯤이야 충분히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며 "추모식에 동참을 못해 미안하며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식후 행사에서는 안치환, 권진원의 추모 노래 공연과 한국마임협회의 천도무 공연이 열렸고 오후 3시까지 실내 국악단 '해오름'의 추모 연주 등 추모마당 행사가 계속됐다.
또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의 분향, 헌화의 발길도 계속돼 중앙로역은 1년전 참사 이후 추모 열기를 재현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대책위는 이날 1주기 추모식 참석자들에게 국화꽃이 새겨진 검은 배지를 가슴에 달아줬다.
남동생(21)과 함께 졸업식에 가던 중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고 김향진(당시 23세.여.계명대 미대)씨의 대학 선후배들이 디자인해 만든 이 배지는 지금까지 4만개가 넘게 대구를 비롯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추모식장은 1년전 지하철 참사때 처럼 자원 봉사자들이 대거 나서 추모열기를 자아냈다.
대구은행과 국민은행, 적십자사, KT, 농협 등의 자원봉사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차와 음료를 유가족과 시민 등에게 나눠주었으며 해병전우회는 이날 새벽부터 중앙네거리 등에 나와 차량 통제를 하는 한편 주차장을 안내했다.
해병전우회 박수부 회장은 "1년전에도 이곳에서 2주동안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가슴이 아프다"며 "부디 희생자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다시 한번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보존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중앙로역사 추모벽은 하얀 철판으로 가린뒤 문을 달아 공개를 막았으며 추모 사이렌은 승강장에 울리지 않아 역사는 평소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또 참사 현장에 내려온 일부 유족들이 흐느끼자 사고를 우려한 역사 직원들이 달려나와 이들을 부축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하철 이용객 김기영(47.여)씨는 "불탄 흔적이 사라지면서 불안한 마음은 어느정도 사라졌지만 마음은 착잡하다"고 했으며 조성우(33)씨는 "희생자 덕분에 지하철이 어느정도 안전하게 됐지만 희생자분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앙로역 역무원들은 공사측의 지시에 따라 언론 인터뷰를 일절 삼갔다.
○...이날 행사장에는 지하철 참사로 부상은 입은 70여명의 부상자들이 흰색 상의에 흰 마스크를 끼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평생 고문 후유증 어떻게 치유되나'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와 대구시의 관심을 촉구했다.
부상자 김성길씨(57) "희생자에 비해 살아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점점더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며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부상자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준.문현구.한윤조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