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밸런타인데이

입력 2004-02-14 15:17:46

지난해 7월 7일은 제1회 '연인의 날. 떡의 날'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다음달 4일, 음력 7월7일 칠석(七夕)까지 한달 동안 서울 종로 국악로에서는 '견우직녀 축제'가 열렸다.

민족 고유의 주체성 있는 연인문화를 되살리고 우리 농산물을 선물로 주고 받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이 행사는 사랑의 떡케익 만들기, 떡탑쌓기, 찰떡프로포즈와 견우직녀 선발대회, 미혼남녀 오작교 만남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날이 갈수록 우리 전통 풍속과는 전혀 상관없는 날들에 특정 상품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표시하는 국적불명의 연인문화가 퇴폐적인 소비문화로 변질돼 간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때문에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을 모았다.

행사 주체도 짱짱해서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주최에 농촌진흥청, 생활개선중앙회, 한국떡연구소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농림부.쌀소비확대운동본부가 후원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지방기관에서도 동시에 열려 전국적인 붐 조성을 유도하는 등 민관 합동의 의욕적인 행사였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하기엔 거리가 멀었다.

신세대 젊은이들을 이런 행사에 끌어 들일만한 이른바 바람몰이에 실패한 것이다.

그들을 자극할만한 효과적인 홍보가 안됐다는 것이다.

대다수 매스컴들의 반응도 무시하거나 작은 단신에 그쳤다

그러나 행사의 의미는 결코 간과할 것이 아니다.

▲오늘은 젊은이들이 기다리는 밸런타인데이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은 3세기 로마시대다.

사제 밸런타인(St. Valentine)이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징발하기 위해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내린 결혼금지령을 무시하고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을 맺어준 죄로 순교한 날이 2월14일이다.

순교를 앞둔 밸런타인은 당시 간수의 딸에게 'love from Valentine'이라는 편지를 남겼는데 이것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을 만든 유래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서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됐다.

여기에 상술이 꼬여들면서 상업적인 악취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못찾아 안달이다.

청소년들에게 추억만들기의 재미는 필요하다.

그러나 수십만원짜리 초콜릿을 내놓고, 반쪽찾기 사랑놀음을 벌이는 등 장사치들의 행태는 금도를 넘었다.

'떡의 날'이 떡이 되고 견우 직녀가 울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풍토에서 밸런타인데이를 밸런치킨데이로 하자는 캠페인은 얼마나 성과를 올릴지 궁금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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