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藝體能 입시 부정

입력 2004-02-09 15:19:58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뜨겁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교육이 극도의 개인주의에 접목되면서 '내 자식만은'이라는 의식을 형성시켰다.

특히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고 싶은 곳도 가지 않고, 친구를 만나지 않으며,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까지도 줄여가면서 오직 입시에 매달린다.

수험생들을 둔 학부모들도 모든 것을 자제하며 살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신경쇠약.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내 자식만은'이라는 의식은 대학 입시와 연계돼 끊임없이 사회문제를 빚고 있다.

부정 입학, 공교육 붕괴, 참다운 선생 부재, 촌지, 강남 교육특구(8학군),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조기 유학, 원정 출산 등 수많은 문제들이 교육 현장이나 제도와 관계가 깊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와 학벌주의는 자녀들에게 억지로라도 명문대 간판을 따주려는 '빗나간 자식 사랑'을 낳기도 한다.

▲대학 입시에서 체육 실기시험 점수를 올려 입학시킨 사건이 또 터져 예체능 부정입학의 뿌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의 모 명문 여자대학 체육학부 교수가 지난 2003년 입시 때 한 학부모로부터 5천만원을 받고 한 수험생의 실기시험 점수를 높여줘 부정 입학시킨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으며,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학생의 어머니도 구속했다는 보도가 보인다.

▲예체능에 기량이 뛰어난 소수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는 취향.적성을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진학이 쉽다는 이유로 무작정 지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분야에 특별한 소질과 능력이 있어서보다 예체능대학이 소속돼 있는 대학의 간판을 따기 위해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대학 입학 지상주의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풍토에서 그 칼자루를 쥔 교수들과 거기 매달린 학부모.학생의 관계는 '야합'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입학 시험에 부정이 있다는 건 수험생과 학부형들의 목숨을 걸고 쌓아온 '피나는 노력'을 비웃는 행위다.

부정입학 학생 때문에 그보다 실력이 나은 학생이 아는 교수가 없거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부정 합격한 숫자만큼의 적격자들이 낙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뛰어난 재능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입시 부정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바닥부터 흔들어 놓는 행위이므로 차제에 철저히 근절돼야 한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교수들까지 더 찾아내 엄중하게 다스리는 게 옳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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