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프랑코 제피넬리는 "오페라에서의 BC는 'Before Callas(칼라스 이전)'를 의미한다"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빼어난 소프라노인 마리아 칼라스는 암표범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두 눈, 우아하고 기품 있는 무대 위의 제스처, 성역을 넘나들며 청중의 귀와 마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2차대전 후 오페라 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세기의 가희' 혹은 '오페라의 성녀(聖女)'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는 가볍게 처신하여 갖가지 일화를 낳았고, 저널리즘을 쥐어흔들다시피 한 것도 그녀이기에 가능했다.
195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창설이래 최고 출연료로 등장, 선박 왕 오나시스와의 연애관계, 세계 대가극장과의 계약위반에 따른 거듭되는 분쟁은 언제나 전 세계 매스컴의 초점이 되었다.
작가 헤밍웨이는 칼라스를 가리켜 '황금빛 목소리를 가진 태풍'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출연하는 날은 1회의 입장료를 1만 달러 지불하고도 2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는 놀라운 인기는, 당시로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칼라스가 참석하는 파티는 그 옛날이었음에도 회비가 5만 달러나 되도 명사와 부호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바로 그녀의 자태, 기품, 관록, 아름다운 거동들이 노래실력과 함께 어우러진 결과였다.
칼라스는 주어진 배역에 스스로를 던져 몰입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배역과 자신을 합일시키는 그녀는 극과 현실을 혼돈시킬 정도의 몰입된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다.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를 듣고 있으면 온몸이 같이 동요됨을 느끼기도 한다.
그녀의 음성은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으나, 지금의 가수들과 달라서 성역이 넓고 성량이 풍부하다.
그러나 울림이 흔들리는 경향도 있었으며 호흡의 이행이 과장되어 있기도 하다.
높은음이 날카로워지거나 떨리는 반면 낮은 음들은 때때로 후두나 가슴에서 울려 나왔다.
그러나 그처럼 아름답게 울리지 못하는 성대를 가지고도 음악은 연주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음성으로써 음향을 창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음성으로 개성을 형성했으며, 형성된 개성으로써 '연출'을 했던 것이다.
이동활(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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