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날씨에 영향을 적게 받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눈이 몇 ㎝만 쌓여도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태풍과 폭우, 한파와 무더위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휩쓴 태풍 '매미', 최근 미국 동북부에 몰아닥친 살인적 한파, 그리고 지난 해 유럽에서 발생한 살인적 무더위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기상 이변과 그에 따른 재앙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간이 첨단 기상 정보와 기록적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대용량 컴퓨터를 갖고 있지만 '날씨'란 존재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오히려 날씨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고 기상 이변은 더욱 많아져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는 날씨'(존 린치 지음/이강웅.김맹기 옮김/한승 펴냄)는 바람, 물, 추위, 더위 등 날씨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날씨 백과사전'이다.
영국 BBC 방송사의 과학 시리즈 '행성(The Planets)'의 제작진들에 의해 책이 기획.출간됐다.
'행성'의 총연출자인 존 린치는 먼저 날씨란 무엇이며, 무엇이 그것을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씨는 혼돈과 창조 그리고 파괴의 힘으로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본질적이면서도 혼란스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어 인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 즉 우리 몸이 동작을 멈추는 그 상한과 하한의 온도, 우리가 버틸 수 있는 바람의 세기와 홍수의 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 태풍과 홍수, 대폭설과 살인적인 추위, 사막과 정글을 만드는 더위 등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기상 현상들과 그 원리를 얘기한다.
특히 날씨에 얽힌 풍성한 일화는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는 에콰도르와 페루 해안을 따라 흐르는 따뜻한 조류로, 많은 물고기를 몰고 와 풍년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오늘날 엘니뇨는 심각한 홍수와 가뭄, 이상 기후 등 인간의 불행과 연관돼 있다.
갑작스런 이상 난수는 해안 지역의 폭우와 내륙의 가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98년에는 강력한 엘니뇨가 페루를 강타해 3만여 채의 가옥이 파괴되기도 했다.
눈은 고요하게 내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눈송이들이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는 얘기도 재미 있다.
눈송이는 전체 부피의 10%만이 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는데, 이것이 물 위에 떨어질 때 표면장력과 수압 때문에 빠르게 진동하면서 터진다.
눈송이의 진동에 의해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고주파(50~200㎑)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각각의 작은 눈송이가 수만 분의 1초 동안 비명을 지르는 셈이다.
또 날씨와 관련한 지형 및 인간 생활의 변화, 기후에 의한 독특한 자연환경을 갖가지 컬러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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