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달성공원에 가면

입력 2004-02-03 09:26:58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달성공원에 동물원 구경을 간 기억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덩치 큰 꼬끼리와 재주부리는 원숭이, 갈기 달린 사자와 신기한 새들의 구경은 이내 동물원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된다.

한참 지나 돌아서 나오는 길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시인 이상화시비를 보았을 것이며,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옮겨 놓은 관풍루와 향토자료관도 둘러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달성공원을 다녀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동물원을 구경한 기억은 있지만, 동물원이 들어선 그 곳이 바로 옛 달구벌의 터전인 달성토성의 유적임은 미처 몰랐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달성토성은 지금으로부터 18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토성(土城)으로, 최근 초기백제의 유물들이 발굴되어 학계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의 풍납토성에 버금가는 유적이다.

달성토성이 지금처럼 달성공원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05년 일제의 침탈 이후 그네들의 신사(神祠)를 만들고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시초가 되었으며, 이에 더하여 1970년에 동물원을 개장함으로서 유적보다는 동물원으로 더 알려지게 되었다.

요즈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문화유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문화유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기본에는 유적으로서의 원형과 생명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달구벌의 역사가 담긴 달성토성을 신사(神祠)와 공원으로 바꾸었던 일제의 의도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달성공원의 상화시비가 전해주듯이 빼앗긴 들에는 벌써 봄이 왔건만 아직 달성토성은 역사의 향기를 충분히 내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달성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동물원 구경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달성토성의 유적을 통해 달구벌의 역사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달성토성과 이를 둘러싼 내당·비산동고분군의 조사와 보존정비에 새로운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박승규(영남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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