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1920년쯤 미국 몬타나를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간의 사랑과 경쟁을 다루고 있어서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목사인 아버지는 지나치리 만큼 엄격하고 절제된 방법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교육한다.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낚시법과 문학과 예술을 자신의 규율대로 가르친다.
어머니는 따뜻하고 헌신적이다.
그러나 남편의 강한 권위에 가려 자녀에게 수동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남편의 그림자같은 존재다.
부모 중 아버지의 권위만이 우세한 환경에서 형제는 자라난다.
형은 순종적이고 신중하며 문학적 재능이 있다.
아버지를 많이 닮았고 가르침대로 자라난다.
동생은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규칙을 깨기 시작한다.
형이 아버지에게 문학수업을 받는 동안, 동생은 문밖에서 형을 기다리고 있다.
엄격한 문학수업이 끝나면 형제는 낚시를 하러 나갔다.
형은 아버지를 떠나 도시로 간다.
대학생활의 즐거움으로 고향을 한동안 잊고 지낸다.
한편 동생은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고향에서 신문기자며 낚시꾼으로 유명해진다.
음주, 싸움, 도박, 백인들이 멸시하는 인디언 여자와의 교제 등 아버지의 교육과는 상반된 행동을 과감하게 한다.
동생은 항상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형과 동생은 대조된 성격을 보이며 결국 서로 다른 미래를 맞게 된다.
동생은 한번도 아버지의 근처에서 떠난 적이 없으나 그렇다고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살지도 않는다.
형은 훌륭한 영문학 교수가 되어 아버지를 매우 기쁘게 한다.
동생은 도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동생은 아버지로부터 완전한 정신적인 독립에 실패한 셈이다.
마가렛 말러는 인격 발달 과정으로 분리-개별화 단계를 언급했다.
어머니와 한몸이던 공생적 관계에서 분리돼 완전한 독립된 개체로 서게 되는 과정인데, 인격 발달에 매우 중요한 단계다.
대개 생후 7개월쯤에 시작되어 2, 3세쯤에 이뤄진다.
이 시기에 부모가 자율성을 키워준다고 아이에게 거부적이거나 엄격하게 대하면 오히려 아이의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시기에 혼란을 겪게 되면 자율성을 획득하기 어렵고 강한 자아가 생기기 어려우며 분리불안에 고착될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드러난다.
형은 이 단계를 잘 극복하고 독립적인 자유로운 인격체로 성공하지만 동생은 분리-개별화에 실패하고 분리불안으로 아버지 곁을 떠나지도 못하고 자기 파괴의 길을 밟는다.
결국 도박빚에 쫓겨 죽음을 당한다
동생은 아버지와 그에 순종하는 형을 넘어서기에는 불가항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감정 표현이 엄격하게 억제된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므로, 동생은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모르고, 또한 가족은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모른 채 파경을 맞게 된 셈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아버지 또한 완전한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당신만의 인간적 한계와 고뇌가 있었으리라. 그 분을 미처 다 알기도 전에 내 곁을 떠나셨다.
진정한 효(孝)란 무엇인가? 그의 이름을 드높여 줄 수 있는 더 훌륭한 인격체가 되는 것이 큰 효라는 공자의 말과도 일치하는 것 같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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