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황금시장 "러시아를 공략하라"

입력 2004-01-28 13:40:43

대구 직물업체들이 세계 마지막 섬유시장, '러시아'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이하 견조)이 중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사무소 설립 지역으로 러시아를 선정하고 자체 시장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5개 직물업체들은 공동 컨소시움을 구성해 지역에선 처음으로 러시아 현지 지사까지 설립한 것.

견조에 따르면 러시아는 총 수요량의 80%가 수입품일 정도로 섬유무역이 활발한 나라. 품목별 수입품 비중은 면직물 20%, 모직물 55% 등으로 현지 생산능력이 취약한 화섬직물 경우 무려 85~95%가 수입되고 있다.

특히 한국 섬유제품의 러시아 시장점유율은 2001년 현재 31.1%에 달해 대만(7.8%), 중국(7.6%) 등 2위권 국가들을 월등히 앞지르고 있으며 2003년 10월말 현재 전년 대비 수출실적 또한 러시아 8천만달러(+5.2%) 우크라이나 6천만달러(+42.4%) 카자흐스탄 126만달러(+102.0%) 등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기수 견조 상무는 "올 3월 러시아경공업박람회에 참가해 현지 시장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유럽엔 서유럽 봉제기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라 시너지 효과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백우(대표 이춘명), 신풍섬유(윤상배), 조양모방(민웅기), 명종섬유(김진관), 진화물산(김형만) 등 지역 5개 섬유업체들 경우 지난달 15일 6개월간의 공동 준비 끝에 러시아 현지 지사까지 설립했다.

5개 업체들은 순모 및 모교직물(백우, 조양모방), 스포츠웨어(신풍), 커튼(명종), 폴리에스테르(진화물산) 등의 차별화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로 조만간 시 외곽에 위치한 무역사무소를 모스크바 시내 한가운데로 옮기는 한편 각 기업별 1명씩 현지 사정에 밝은 러시아 직원들도 신규채용할 예정.

이들은 자체 생산 능력이 없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엔 중국, 터키 섬유업체들의 무역사무소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러시아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남북 경의선 개통도 러시아 진출의 청신호. 현재 러시아 수출의 최대 난관은 물류비 부담으로 남북이 가로막힌 탓에 지구 반바퀴를 빙 돌아야 한다.

러시아 2위권 어패럴업체인 인데스트레그프론과 정기 거래를 트고 있는 백우만 해도 부산항을 출발해 핀란드 코트카항을 거쳐 러시아 내륙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30일을 허비해야 하는 실정으로 경의선을 거쳐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할 경우 최소 20일 이상의 납기 단축이 가능하다.

백우 조성래 부장은 "마피아경제로 일컬어지는 러시아경제 특성상 현지 사정에 어두운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수주에서 대금결제까지 수많은 시챙착오를 거쳐야 한다"며 "러시아지사를 통해 이같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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