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에세이-지방화 시대의 문화산업

입력 2004-01-10 11:06:17

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고속철도 완공이 임박해지면서 정부의 지방화 정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근래 지방화 중에서도 발 빠르게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분야가 문화산업 분야이다.

풍부한 물질적 자원은 가지지 못했지만 우수한 문화를 가진 한국이기에 지식의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산업 시대에 각 지방은 그 고유의 전통을 되살려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고 그 특성을 활성화시키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문화산업은 한 소재의 다양한 활용이라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에 세계의 각국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책정하여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근거를 가진 지방화 시대의 문화산업 활성화 정책은 참으로 시의 적절한 것으로, 각 지방 자치단체의 정책이 이를 얼마나 적절하고 신속하게 연계 실현시키는가가 문제이다.

멀티미디어에 의한 문화산업은 점차로 대형화하고 그 산업물의 유통을 전 지구적으로 확대하면서 세계를 경영하려 한다.

멀티미디어 강국의 공략은 멀티미디어 약체 국가를 순식간에 초토화하여 문화적 주체성을 상실케 하는 식민화로 전락시키게 된다.

이 즈음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의 국제 영화제를 비롯하여 전주, 부천, 춘천, 대구, 광주 등의 지방에서 영상산업을 진흥시키려는 영상제를 비롯한 다채로운 문화산업 전시회가 개최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21세기 문화 산업의 위력을 진작 간파한 국가정책 수립과 그 지원의 성과로 지방에까지 확산된 문화산업의 열기로 이제 한국영화도 세계 영상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폭넓은 관객층을 이루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문화산업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콘텐츠 부문에서의 허약성이다.

이것은 그간 한국이 문화산업에서 하청국으로 존립해온 타성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청업으로 닦여진 기술은 경지에 이르렀으나 독립적으로 상품을 개발하지 않았으니 기술로 빚어져야 할 콘텐츠를 개발할 노력의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대중문화가 사이비 외국문화가 판을 치게 됐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조선조까지는 유불선이란 동양 전통 종교 철학의 이치 탐색은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었고, 20세기에는 다양한 구미문화의 체험 기회를 경험했던 우리들이 아닌가? 게다가 남북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상호 충돌을 가장 첨예하게 겪었던 우리가 아닌가? 그러기에 지금은 조화와 공존의 세계적 모형의 발굴, '통일문화의 구축에는 어느 나라보다도 역사적 사건, 문학적 소재를 풍부하게 가진 우리들이 아닌가? 이런 문화적 특수성은 인문학자들이 밝히어 왔고 또한 밝히어 가고 있다.

이제 이런 한국 문화의 특수성 탐색은 전문가들의 논저로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 현실에서 특히 영상으로 표현되어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문화대중화나 문화민주화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밝힌 인문학적 성과들을 문화산업, 특히 영상산업에 직접 연결시켜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적극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창성과 품격을 갖춘, 그러면서도 오락적 즐거움을 구비한 문화콘텐츠가 응용할 영역의 지평을 열며 대중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연구한 인문학자들의 보다 강력한 협업 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성 있는 문화산업을 성공적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지역적 특성화 연구 및 교육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혁신적 교육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 하나의 길은 지방학 전문가들과 민족 정체성의 창의적 탐색가들을 문화콘텐츠 구축의 일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산학협업 체제의 구축이다.

그 결과, 우리 문화산업의 현주소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전형적 지방 문화산업의 단기 계획을 보여주는 길이다.

이와 병행하여 장기적으로는 이를 뒷받침할 교육 시스템의 구축 이 부분을 이끌어갈 전문 특수학교를 설립해 위기의 순수 인문학을 살리면서 지역 문화산업의 새로운 출구를 마련하는 길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교육의 도시' 대구, '문화의 도시' 대구에 적절한 산학협동의 길인지. 이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은 깊은 생각을 해 봐야할 시기에 이른 것이 아닐까?

설성경(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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