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입력 2004-01-10 09:03:56

위대한 생존(발레리안 알바노프 지음.갈라파고스 펴냄)

"궁핍과 역경 속에서 삶과 죽음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기나긴 항해를 시작하는 인간은 영웅이다". 책 서문에 쓰여진 글귀처럼 이 책의 저자 알바노프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웅이다.

'위대한 생존'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장장 435km에 이르는 얼어붙은 북극 바다, 물길, 빙하, 섬을 가로지르며 90일 동안 겪은 저자의 험난한 여정을 기록한 일기다.

일기 안에는 잔인한 북극의 자연 앞에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고자 발버둥쳤던 한 인간의 생존의지가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탐험기는 만연체에다 묘사가 풍부한 장중한 글이 대부분이어서 지루하고 읽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알바노프의 문체는 오히려 간결하고 깔끔하며 평이하고 직접적이다.

스릴 넘치는 축구경기를 시청하듯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책장 넘기는 재미가 솔솔하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광활한 시베리아의 풍경 속에서 투쟁하는 한 인간을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영하 30℃이하로 떨어지는 추위 속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뼛속까지 얼 것 같은 바닷물 속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갖은 고초를 이겨내고 마침내 구조선을 발견하는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당시 저자가 외쳤던 구절을 소리내어 읽게 되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배야, 배가 오고 있어".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우리는 사랑하는가'(박홍규 지음.필맥 펴냄)는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책이다.

정신분석학자, 사회심리학자를 너머 인간의 참된 행복을 추구한 휴머니스트이자, 아나키스트인 에리히 프롬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의 저서로 깊숙한 사색과 고민을 남겼던 프롬.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미국 망명을 통해 거대 자본주의 체제를 접했던 그는 자본주의의 왜곡된 질서와 구조를 냉철하게 비판하면서 완전한 자유를 갈망했다.

프롬은 스스로를 "무신론 신비주의자이고, 어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정당과도 무관한 사회주의자이며, 전적으로 비(非) 정통인 프로이트파 정신분석학자"라고 밝혔다.

이책에서 그는 '산다는 것 자체의 참된 의미를 회복하자'고 주창했다.

영남대 교수인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영국 노팅엄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법학을 연구했고, 일본 오사카대, 리츠메이칸대, 고베대학에서 강의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노동법과 헌법, 사법개혁에 관한 책을 썼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틱낫한 스님의 아! 붓다(틱낫한 지음.반디미디어 펴냄)

"아프냐? 나도 아프다". TV 드라마에서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의 대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는 피눈물이 흐르는 법. 부처님은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아프다.

그래서 나도 아프다". 세속의 희로애락에 좌지우지되는 중생들이 삶의 무게에 헉헉 힘들어 할 때, 이를 바라보는 부처님의 마음은 억겁의 고통에 켜켜이 짓눌렸을 것이다.

'아! 붓다'는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교리를 쉽게 풀어놓은 틱낫한 식 불교해설서이다.

불교 서적이라는 이름에서 딱딱함을 먼저 느끼고 경계할 필요는 없다.

쉬운 언어와 친절한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명상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된 후 아마존에서 수년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었던 만큼 스님의 참 수행법을 제대로 다룬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교리서적이 빠지기 쉬운 이론적 논쟁에 함몰되지 않고, 실천이라는 정도에 충실한 점이 매력적이다.

틱낫한 스님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전념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화', '살아있는 붓다, 살아있는 그리스도' 등 틱낫한 스님의 책은 늘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에도 신화를 이어갈 것인지 관심거리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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