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에 매달리느라 짧은 소설은 10년 가까이 손을 놓았어요. 문학의 사회적 책무가 물신주의 속물화로 치닫는 당대 현실에 맞서서 시대의 상처와 고통을 싸안고 고뇌해야 한다고 반성해온 나날이었습니다".
중진작가 김원일(62)씨가 '그곳에 이르는 먼길' 이후 12년만에 중.단편 소설집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문이당 펴냄)을 냈다.
새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중.단편은 작가의 환갑을 전후한 시기인 2000년과 2003년에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것들이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미화원'은 택시기사가 정신지체가 있는 아들을 미화원으로 취직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표제작인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은 고아로 자란 여자가 장애인을 배우자로 선택해 봉사하는 모습을, '4가 네거리의 축대'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 장애를 겪는 노인의 삶을 그렸다.
'손풍금'은 사회주의자였던 작은할아버지의 생애를 추적하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2002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다. '고난 일지'는 1970년대 중반 '인혁당 사건'에서 소재를 빌려 온 단편이다.
김씨는 "'미화원'을 제외하고는 대화체 문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작품을 쓰면서 영상적 이미지나 대화에 기댄 장면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학의 힘은 어디까지나 언어에 있다. 읽는 사람이 언어의 힘을 느끼길 원하기 때문에 오직 언어에 집중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수록작 중 세 편이 장애인의 세계를 다룬데 대해 김씨는 "장애인이나 노인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작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1996년 발표한 장편 '아우라지로 가는 길' 이후 장애인들의 힘든 삶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털어놨다.
가족문제를 천착한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실제로 모든 소설은 가족사"라며 "'불의 제전' 이전 소설들이 편모슬하에서 자란 아들의 눈으로 본 가족사를 주로 다뤘다면, 이후에는 보편적 가족이야기를 다뤄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고난 일지'에 이어 인혁당 사건과 관련된 작품을 연작형태로 계속 쓸 계획"이라며 "인혁당 사건으로 8명이 사형을 당했는데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방법과 스타일로 써볼 생각"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