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첫마음

입력 2004-01-06 09:13:34

새해 첫 주라서일까, 저마다의 표정이 자못 결연해(?) 보인다. 뭔가 야무지게 결심한 듯 눈빛들이 반짝반짝거린다.

현자들은 말한다.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아라. 해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거친 세파에 휩쓸려 이리저리 부대끼고, 때묻히며 살아가는 우리네는 떠나간 해와 새로 온 해 사이에 버릇처럼 금 하나를 긋고 싶어진다.

마음 밑바닥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후회와 부끄러움의 덩어리들을 바라보며 새 해엔 좀 더 멋지게, 보람있게, 후회없이 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연초에도 많은 사람들은 "기필코…"를 되뇌이며 이런저런 자기와의 약속을 만든다. 설령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새해 벽두의 결심만큼은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지난 해 체중감량에 실패했던 사람은 또다시 험난한 다이어트 고지 정복에 나서고, "술.담배 없는 세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목청돋우던 호주가와 체인스모커들은 덜컥 드러눕는 지인들을 보고 '엇 뜨거라' 하며 금주.금연을 결심하기도 한다. 힘들 때라도 자주 환하게 미소짓겠다거나, 용서와 관용을 배우고, 나눔의 생활을 실천하겠다며 천사의 마음을 품기도 한다.

저마다 꿈을 꿀 때다. 하나같이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소망이 배어있는 꿈. 그러기에 새해초 우리의 속사람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해지고, 순수해진다. 참으로 새해의 태양을 보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첫마음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아름답고 윤기나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아본다면…(중략)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깊어지며, 넓어진다'(정채봉의 시 '첫마음' 중). 혹 첫마음이 용두사미꼴이 되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시도하는 것과 아예 안 하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가 있으므로. 그리고 연초에 실패해도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 365일(벌써 며칠 지나갔지만)은 결코 짧은 날이 아니다.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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