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마지막 사랑을 실천합니다'.
'동산병원 호스피스회' 회원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오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주는 일을 16년째 해오고 있다.
간호사와 주부.직장인 등 200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매일 고독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암환자와 알츠하이머, AIDS 환자들의 벗이 되어 주고 있는 것. 잔심부름과 상담은 물론 환자들과 함께 매일 두번 예배와 기도를 올린다.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도 이들의 주된 봉사활동 중의 하나이기 때문.
현재 이들의 보살핌을 받는 환자는 입원환자와 전인 치유센터 환자, 가정환자 등 60여명. 지난 1987년 대구에서 최초로 호스피스 봉사대가 발족한 이래 지금까지 2천여명의 환자들이 이들의 따뜻한 보살핌속에 편안하게 임종을 맞았다.
이들은 호스피스 활동이 다른 봉사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물론 수시로 마음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12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순(54.여.수성구 매호동)씨는 "호스피스 봉사의 경우 아동.청소년 봉사나 뚜렷하게 업적이 드러나는 환경보호 봉사 등과 달리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겪는 극한의 고통과 공포, 외로움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환자를 부축해 소변을 누이다가 갑자기 대변이 막 흘러 나오거나, 똥오줌을 손으로 만지고 쏟아내는 각혈을 대야로 받아낸 적도 있지만 한번도 힘들거나 더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 봤다.
하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슬퍼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일이다.
지난 1993년부터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이복남(52.여.달서구 장기동)씨는 그동안 환자들의 대소변을 치우고 투정을 받아내는 등 힘든 일을 해오면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역시 '슬픔을 참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보살피던 환자가 임종했을 때의 슬픔은 마치 가족을 잃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환자가 죽은 뒤에도 이들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장례를 치르는 것을 도와 주거나 심지어 장례비용까지도 부담해 주기도 한다.
장례가 끝난 뒤에는 유족들이 해야 할 일, 이겨내야 할 것들, 이겨내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수시로 확인한다.
또 부모가 사망한 가정의 경우 자녀들의 공부나 취업 알선 등의 부가적인 일도 담당한다.
이처럼 힘든 봉사이기에 아무나 호스피스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기간 이상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과정을 수료해야만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옥(49.여.달서구 송현동)씨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도울 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회원 200여명과 각종 후원금으로 운영되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고 더구나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가능한 봉사인 때문.
송 부회장은 "대구에서 매년 5천명의 암환자가 발생하는 등 불치병을 앓는 환자들이 많이 생기지만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해 실제 호스피스 혜택을 받는 환자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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