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가는 술잔에 몸이 망가져요

입력 2003-12-09 09:30:01

퀭한 눈, 퍽석하고 불그스레한 얼굴….

술에 찌들린 모습이 잦아지는 '술 권하는 계절'이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 술을 좀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자.

과음은 치명적이다.

불가피한 술자리, 적은 양의 술로써 모임을 즐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과음은 몸을 망친다

술은 중추신경계, 순환기계, 위장관, 간장 등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중추신경계에는 수면장애, 뇌손상, 기억력 감퇴를 일으킨다.

순환기계에 미치는 영향은 말초 혈관 확장을 일으켜 안면 홍조나 피부에 열감을 일으키게 된다.

또 장기간 폭음하면 치명적인 심근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위장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식도나 위장의 염증이 자주 발생한다.

위장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췌장염. 췌장염은 만성 알코올 중독자에게서 발생하며 만성 췌장염의 경우 반복되는 복통, 당뇨병, 영양분 섭취의 장애 등 인체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술은 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지방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말초 조직으로부터 지방의 이동을 촉진시켜 지방간을 유발한다.

이 상태에서 더 진행하면 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간경변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간질환과 알코올 섭취량

알코올 섭취량은 간질환의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대략 소주 한 병(2홉)에 약 80g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있고, 이 양을 10년 이상 마실 경우 알코올성 간경화증이 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양이 간에 안전할까. 남자는 하루 40g, 여자는 이 절반인 20g 정도이다.

알코올 40g은 맥주를 기준으로 500㏄ 2잔, 막걸리는 약 500㏄, 소주는 반 병 정도이다.

여성의 경우 알코올 분해효소인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양은 남성과 차이가 없지만, 체지방의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어 술을 적게 마셔도 간질환 발생률이 높다.

알코올은 위장에서 약 20%, 소장에서 80% 정도가 흡수되며 30~90분 사이 최고 혈중농도를 나타낸다.

이 때 고농도의 알코올일수록 더 빨리 더 많이 흡수되며, 탄산음료 등을 첨가할 경우 흡소 농도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술에 대한 잘못된 속설

흔히 폭탄주 또는 회오리주 등이 간장에 더 많은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맥주의 탄산가스가 알코올을 체내에 훨씬 빨리 흡수시켜 간에 무리를 주지만, 이보다는 이런 습관으로 인해 술의 섭취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란 견해도 있다.

숙취는 알코올의 대사과정 중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위 점막을 자극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속쓰림 등의 증상이 대표적. 입이 마르는 증상은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소변량이 늘어나서 생긴다.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선 보리차.생수와 같은 수분, 전해질, 당분 등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꿀물, 전해질 음료, 콩나물국, 북어국 등이 도움이 되며 커피는 체내의 탈수 현상을 악화시켜 숙취를 증대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해장술은 절대 금물. 새로 먹은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처리를 일시적으로 막아 불쾌감을 못 느끼게 할 뿐이며 간에는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술을 마신 후 사우나, 찜질방에 가면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땀을 흘리면 탈수로 인해 숙취가 심해진다.

특히 고혈압 등 심장질환자들의 경우 과도한 혈관 확장 등으로 인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가벼운 샤워 정도가 좋을 듯하다.

또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이 덜 취한다고 하는데 그렇진 않다.

단지 흡수 속도가 늦어져 늦게 취할 뿐이다.

▨건강 음주법

술에는 장사가 없다.

술을 마실 때는 안전한 양을 숙지해 그 이상은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안주 없이 술을 마시면 간에 많은 손상을 줄 수 있다.

약한 술부터, 천천히 먹도록 한다.

안주는 육류, 생선 등의 고단백질과 싱싱한 채소, 과일 등이 좋다.

술을 마시면서 갈증이 나면 찬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고 짠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음 후에는 간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 3, 4일간 금주해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윤영호 속시원내과 원장.한정훈 한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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