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방대와 손잡은 기업 연구개발 예산배정 우대'란 제하의 신문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이 전국 대학 총장, 학장, 산업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만 달러 시대 도약을 위한 대학 경쟁력 강화방안 보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은 또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공공부문 채용과 진급 할당제의 추진 등 전문 분야별 벽을 허물어내는 제도를 만들 계획을 언급했다고 한다.
전공은 멀리한 채 각종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대학의 현실을 들어 이공계의 공직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IMF 이후 좁혀질 대로 좁혀진 기업의 고용 시장 타개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고육지책이니 그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1학기 서울대를 그만 둔 자퇴생 중 다른 대학 의대와 한의대로 가겠다는 공대생의 수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뉴스가 안될 정도로 이공계 기피는 의대 진학과 맞물려 있다.
일반 고교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학생들의 적성에 따라 문과, 이과로 나누어 수업을 하지만 같은 이과라 하더라도 의학계열 적성과 이공계열 적성은 거론할 필요 조차 없을 만큼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과학, 수학에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이른바 과학 영재들이 국내외의 각종 경시대회에서 받은 상으로 플러스 점수를 받아 의대로 진학하는 것이 지금 공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우수한 두뇌들이 본인의 의사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변변한 부존자원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학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매년 의대 정원은 현재 대구시 의사수 3천800여 명과 거의 맞먹는 숫자라는 점이다.
이는 해마다 대구시 전체 의사수와 같은 인원의 새로운 의사가 배출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의사, 약사도 의료인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십수년 뒤 제몫을 할 시점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에서는 2007년까지 전체 의대 입학 정원의 10% 감축을 예정하고 있지만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황에서 대학들이 가장 인기학과인 의대 정원 감축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 1월에 실시되는 의사 국가시험에 중국의 2개 의과대학 졸업생의 응시자격도 검토중인 실정이다.
과학 영재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자녀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의욕적이며, 무슨 책을 읽을 때 가장 눈이 빛나는지 지켜볼 것이며, 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정성껏 귀 기울여주고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래의 인재를 기르는 양육자로서의 의무요, 책임이다.
물론 이에 선행하여 이공계 전반에 걸친 정보를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구현모 〈소아과 전문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