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외국인 범죄, '기는' 경찰 수사

입력 2003-10-04 08:38:54

"말이 통해야 수사를 하죠. 시간은 없고 사건은 구증해야 하는데 답답합니다".

구미 우즈베키스탄인 차량절도범 사건을 맡은 구미경찰서 수사과 한성환(34) 경장의 말이다.

구미지역은 산업연수생 등 등록된 외국인만 4천900여명.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6천~7천명에 이르는 외국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체류외국인 크게 늘면서 관련 범죄도 자주 발생하지만 통역 등 전문 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철저한 수사는커녕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우즈베키스탄인 차량부품 절도사건도 마찬가지.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했지만 범죄 구증 및 여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사리 통역을 확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은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이무열 형사계장은 "기숙사에서 카오디오 24대를 추가 발견했지만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숙사의 다른 우즈베키스탄인 방에서도 구미 이마트 인근에서 도난당했던 카 오디오를 발견했지만 용의자가 "길거리에서 1만원을 주고 샀다"고 우겨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계장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본국으로 국산 자동차부품을 가져가는 불법유출 조직이 있다는 첩보도 있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해 확대수사는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국인 범죄수사는 자칫 인권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어 내국인 범죄보다 훨씬 다루기에 까다롭다.

구미경찰서 박동규 보안과장은 "언어권별로 통역을 위촉해 두었지만 러시아어, 아랍어 등은 통역요원이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국제법 등에 능통한 전문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북경찰청내 외사관련 수사인력은 의경을 포함해 60명뿐이다.

그나마 통역 자원봉사자는 300명을 확보해 수사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전문인력이 아니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영어.일어 등은 시간당 2만원, 소수권 언어는 2만5천원의 사례비를 주고 있다.

경북경찰청 신한수 외사계장은 "현재 도경 전체 인력의 1%에 불과한 외사인력을 장기적으로 1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미.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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