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엽기송' 열풍

입력 2003-09-24 10:13:16

"먹었나요? 밥! 오늘 아침 밥! 아침 먹고 왔나요/ 먹었나요 밥! 맛있는 밥! 잊지 말고 드세요/ 다이어트 밥! 하시나요 밥! 그래도 밥 드세요/ 그런다고 밥! 살빠지나 밥! 기운 없음 안돼요 맛있는 밥 드세요".

요즘 인터넷을 한창 달구고 있는 '밥풀데기송'이다. 플래시에 재미있는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흐르는 '엽기송'에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엽기송들은 메신저 채팅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된다. 네티즌들은 마음에 드는 송들을 다시 벨소리로 다운로드받거나 휴대폰 통화연결음 서비스로 이용하기도 한다.

바른손 카드 영업관리팀 이수종(29)씨는 "'송시리즈'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6,7월 두 달간 무려 15만건 이상 다운로드 됐다"고 전했다.

'송시리즈' 중 가장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우유송'. 지난 2001년 11월 KBS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아장닷컴'의 삽입곡이었다. 밝고 경쾌한 성격에 우유를 무척 좋아하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모 e카드 회사에서 '콩떼기송'을 시작으로 올 6월 네티즌의 최고 히트송인 '당근송'과 유치원생들도 따라하기 쉬운 '흔들흔들송', 건강에 좋은 밥을 많이 먹자는 내용의 '밥풀데기송'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송시리즈'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송시리즈'와 달리 '뚤훍송'과 '팥죽송' 등 내용을 알 수 없는 가사와 기묘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엽기송'들도 네티즌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뚤훍뚤훍뚥(읗) 뚤훍뚤훍뚥따다다 돌날라봤자 뚱배발이빴올리 훈이야얄알안기라반기나이 베리나이야 청개구리야 돌날라아아아~'. '뚤훍송'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읽기조차 어렵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외계어(한글에 숫자나 기호,외국어를 조합해 만든 사이버 언어)도 아니다. 인도 방그라 음악의 대부 달러 메헨디의 랩음악인 'Tunak Tunak Tune'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와 동작, 메헨디의 특이한 외모 등이 사이버 '폐인'들의 구미를 당긴 결과다. 최근에는 플래시로도 만들어져 돌아다닌다.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하는 '팥죽송'도 마찬가지. '파쭈파쭈파쭈파쭈파쭈파쭈파쭈(오소리) 머쉬룸 머쉬룸(버섯) 스네이크 스네에이이크(뱀)'가 무한히 반복되는 '팥죽송'은 그 의미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전쟁에 대한 비판이라는 의견. 오소리(badger)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을 의미하고 버섯은 핵폭탄, 뱀은 음흉함을 뜻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한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만들어졌다는 추측도 만만찮다. 특별한 녹음 기법을 이용해 음악에 미세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집어넣었거나 거꾸로 틀면 이상한 잡음과 함께 사탄숭배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는 것. 한편에서는 이 노래를 246번을 들으면 끝난다거나 횟수에 따라 오소리의 숫자가 달라진다는 등의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엽기송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티즌들은 '재미'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사회적 풍자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더 쉽고 더 엉뚱한 것을 선호하는 신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기존 노래나 개그 프로그램을 직접 패러디해 게시판에 올리는 사람들도 다수"라면서 "네티즌은 누가 만들었나가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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