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주의 국토종합개발계획으로 국토가 온통 찢겨지고 쪼개졌다.
도로를 만든다며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었고 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 생태축을 단절시켰다.
또 도로 중심의 잘못된 교통정책으로 대기오염은 물론 소음, 에너지 낭비도 가중시켰다.
그럼에도 도로 건설 계획은 끝도 없이 세워지고 지금도 새로운 도로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과연 도로 건설이 당국의 바람대로 교통 편의와 체증 해소라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실태 및 문제점, 대책 등을 살펴봤다.
▨도로 현황 및 건설 계획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0년에 펴낸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뚫려있는 고속도로의 길이는 총 2천660㎞. 2020년엔 현재의 2배가 넘는 6천㎞로 늘어나게 된다.
고속도로를 포함한 도로의 총 길이도 현재의 9만6천㎞에서 20만㎞로 늘어난다.
건교부의 목표는 사통팔달의 도로 건설로 전국 어디나 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대구시의 '2016년 대구도시기본계획'에도 2016년까지 도시고속도로와 간선도로 등 800㎞가 넘는 도로의 추가 건설이 계획돼 있다.
이 중엔 하빈, 옥포, 구지, 풍각, 가창, 시지, 평광, 동명을 잇는 73㎞의 광역순환고속도로와 성서공단, 위천, 구지를 연결하는 26㎞의 낙동강변 고속도로 건설이 포함돼 있다.
또 금호강 습지를 파괴시킬 우려가 높은 검단동에서 금호강변을 따라 동촌, 반야월 청천으로 이어지는 금호강변도로 건설도 계획돼 있다.
진천천 제방에서 앞산 남쪽 달비골을 지나 파동, 월드컵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도 계획돼 있는 등 대규모 도시 순환도로가 잇따라 건설될 예정이다.
고속도로 신설 및 확장도 잇따를 전망이다.
대구~부산간 고속도로가 10차선으로 확장되고 대구~김해 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현풍~구미 고속도로 등도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이들 도로의 건설 이유는 다름아닌 교통문제 해결이다.
그러나 실제론 무분별한 도로건설이 오히려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의 도로 총 연장은 지난 1997년 1천985㎞에서 2002년 2천134㎞로 7.5%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대수는 62만대에서 시민 3명에 1대꼴인 78만7천대로 27% 급증했다.
2020년엔 자동차보유대수가 두명당 1대꼴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로 건설이 차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당국의 도로 건설 논리 대로라면 온 국토를 도로로 만들지 않는한 교통 대란은 불가피하다.
이에 도시 및 환경 전문가들은 교통문제 해결의 열쇠는 도로 건설에 있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교통정책 수립에 있다고 충고한다.
▨도로 건설로 인한 손실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에 따른 손실도 막대하다.
그 중 하나는 하천과 개울 대부분이 도로로 복개되는 바람에 도심의 생태축과 시민의 휴식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대덕산 진밭골에서 발원, 신천으로 합류되는 범어천 5.7㎞를 비롯, 진천천 4㎞, 대명천 10㎞, 방촌천 5㎞가 이미 복개돼 도로로 변했다.
또 대구도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신천의 서쪽과 동쪽에도 신천대로와 우안도로가 건설돼 하천폭을 감소시켜 해마다 수해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삼림과 농경지가 훼손되고 생태계와 생활권이 단절되는 것이다.
백두대간의 경우 이미 70여군데가 도로로 단절돼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고립, 점점 멸종돼 가고 있다.
대구지역도 마찬가지다.
팔공산에 순환도로가 건설돼 팔공산 상부와 하부를 단절시켰고 능성재를 지나는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한티재를 넘는 2차선로 도로가 팔공산의 주 능선을 잘라버렸다.
경북도도 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와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를 잇는 길이 12.5㎞의 4차로도로(터널 4㎞ 포함)를 건설해 팔공산의 주 능선을 완전히 단절시켜 버렸다.
비슬산도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에서 헐티재를 넘어 청도군 각북면을 잇는 2차로 도로 건설로 주 능선이 이미 단절돼 버린데다 최근엔 가창면 정대리와 옥포면 반송리에 이르는 5.5㎞의 2차로 도로(터널 0.7㎞ 포함) 건설 계획까지 세워졌다.
설상가상으로 화원읍 진천천 제방에서 수성구 파동을 잇는 4차순환선까지 건설되면 앞산으로 이어지는 비슬산 주 능선의 단절 피해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소음과 대기오염, 교통혼잡으로 인한 시간 및 에너지의 손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도로건설과 관리유지로 인한 손실 등도 엄청나다.
폭 30~50m의 도로를 1㎞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0억~500억원에 이르는데다 도로가 도심지 공간의 25%나 차지하는데 따른 사회적 손실까지 계산하면 손실액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머어마하다.
도로는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원활한 차량 소통을 이유로 계속 건설되고 있지만 교통정체 해소는 커녕 오히려 체증을 유발하고 사람과 자전거를 위한 공간마저 잠식하고 있다.
▨대책
월드워치연구소에서 발간된 2001년 '지구환경보고서'는 이러한 무차별적인 도로 건설의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근본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수송문제 해결책이 있음에도 몇몇 이유 때문에 도로 건설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구조와 정경 유착. 우리나라 건설교통부처럼 개발부처가 교통정책 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수송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은 불가능하고 시도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나는 정치인, 국회의원, 관련 공무원과 개발업체간의 유착 관계. 이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미국 고속도로 투자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지역 건설회사가 대규모 도로공사 계약을 딸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나섰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와 도시에서 도로, 차량 중심의 개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도시들은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는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브라질의 쿠리티바 시.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보행자도로, 자전거도로, 대중교통수단의 비중이 매우 높고 연계가 서로 잘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구도 보행자 중심의 교통 정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선 제대로된 도시계획 수립과 각 기관, 부서간 연계 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역업체의 기술사가 제대로 된 자료 없이 마음대로 도로선을 긋거나 복잡한 도로와 인접한 곳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하는 등의 무계획적인 도시계획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계획을 교통심의위원회에서 쉽게 통과시키는 식으로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돼서도 안된다고 했다.
도로계획 수립에 있어 고속도로 건설 주체인 도로공사와 국도 건설 주체인 지방국토관리청, 지방도와 군도 건설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간의 연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타열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각 분야별 전문가 및 공무원이 모여 함께 제대로된 도시계획을 세울 수 있는 행정조직의 구조개편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며 "도시계획에는 교통수요, 구역별 고용자 및 인구수, 업종별 토지이용에 대한 정보 등 많은 자료와 정보가 필요하므로 이를 축적하고 제공할 수 있는 체계도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는 "간선도로엔 지하철보다 훨씬 저렴한 경철도를 건설해 시민들의 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고, 시내도로는 버스전용 및 자전거나 걸어다닐 수 있도록 전환, 차량 통행을 최대한 제한하는 교통정책을 실시하면 대구도 친환경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세계적인 모범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승원 객원전문기자 ecoyn@korea.com(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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