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집단민원 본격화 "농심 화났다"

입력 2003-09-22 11:29:35

흉년에다 태풍까지 겹친 농촌 들녘이 벼랑끝에 내몰린 농심(農心)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는 천재지변에 대한 원망을 넘어 인재.관재들이 피해를 키웠다는데 대한 농촌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어서 집단민원을 넘어 법적 소송(본지 18일자 1면 보도)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과수농가 30여명은 19일 밤 부산국토관리청과 영주국도유지건설사무소를 상대로 '인재'(人災)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위한 모임을 갖고 소송비 마련과 계획 등을 논의했다.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부산국토관리청이 지난 1993년 국도 35호선 포장공사를 하면서 마을 앞 길안천을 가로질러 놓인(1988년) '송사교'를 그대로 방치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량이 도로보다 2m 정도 낮게 설치돼 있고 교각과 난간이 촘촘해 상류로 부터 떠내려 온 나뭇가지와 비닐.잡목 등이 걸려 댐 역할을 하는 바람에 강물이 주변 농경지로 넘쳐 이 일대 과수원과 주택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2만3천여평의 과수원과 가옥.창고가 침수돼 4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배찬우(51)씨는 "송사교량이 낮고 위치가 잘못됐다"며 "최근들어 4차례나 범람해 매년 수해를 입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해 수해시 국도공사를 하면서 하천을 최고 4m 정도 침범하는 바람에 하천폭이 좁아져 물흐름을 방해한 것도 수해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들 주민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토목공학 전문 대학교수 등 연구기관에 '교량이 수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용역을 의뢰하고 이를 토대로 변호사를 선임해 부산국토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세웠다.

안동시 풍천면 신성리 주민들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수자원공사 임하댐관리단과 안동시청을 잇따라 항의 방문하고 보상대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감사원 감사요청과 소송제기 등 법적 대응 방침을 세웠다.

주민들은 지난 20일 임하댐측으로 부터 방류량 증가에 대해 요청한 자료를 전달받은 후 피해보상대책위(위원장 김갑식.65)를 구성하고 △수문방류자료만 제출해 형식적 △임하댐측의 책임성없는 답변 △사전 충분한 방류없이 갑자기 늘린 것은 분명한 인재라는 결론을 내리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안동시의회 강대춘(풍천면)시의원은 "지난해 루사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제방범람의 원인은 분명히 방류량을 갑자기 늘린 때문으로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안동시 임하면 오대2리 정동춘씨는 "안동시와 농업기반공사 안동시지부가 조성하고 있는 수로공사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신의 과수원 7천여평이 저수지 역할을 하는 바람에 5천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안동시와 농기공이 지난 2001년부터 이 일대 도수로 공사를 연차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도수로 끝 구간 공사가 마무리가 안돼 수로를 타고 빠르게 흘러내린 빗물이 이 구간에서 쉽게 빠지지 않고 정씨의 과수원으로 모두 흘러들어 과목들이 완전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것.

농업기반공사 안동시지부 관계자는 "임하 도수로공사는 연차사업으로 올 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도수로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 현장점검을 통한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안동시 임하면 오대1리 김광근씨 등 마을 주민 30여명도 최근 수자원공사에 임하댐측이 영천도수로 가압펌프장을 설치하면서 대책을 마련치 않아 매년 수해로 이 일대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입는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자공이 도수로 가압펌프장을 만들면서 별도의 펌프장 설치 등 민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대해 수차례 집단방문 항의하고 정식 진정서까지 제출했다"고 밝혔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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