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가 주연한 영화 '바람난 가족'의 남편 직업은 변호사이다.
그는 아내 몰래 바람피우는 상대인 젊은 애인이 그에게 가볍게 따지는 말에 '인정(認定)'이라는 단어로 수차례 대답한다.
인정은 소송에서는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 사용한다.
그 반대는 '부인(否認)'이다.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다.
재판 순서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변론 사건 외 다른 사건들의 재판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재판을 지켜보다보면 다소 우울해진다.
논리가 지배하는 법정에서조차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상대방의 주장은 물론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도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는 거짓말을 쉽게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의견 차이나 사실에 대한 해석 차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사실 그 자체를 허위로 꾸미는 것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인하고 거짓말해도 되는 것일까.
법률상담 중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가해자마저 바뀐 억울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편은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부근에서 내려 귀가하던 중 승용차에 치였다.
가해자는 피해자인 남편을 차에 실어 다른 곳에 버리고 인근에 사는 가해자의 아버지에게 갔고 그 아버지는 과거 이미 도주범죄 전력이 있는 아들과 공모하여 약 3시간후 아들과 함께 버려진 피해자를 찾아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아들이 아니라 자신이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에 알렸다.
수술시간을 지체한 피해자는 혼수상태에 있다 수일 뒤 사망하였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사고현장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해자 가족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61세된 아버지가 새벽 4시에 가해자의 승용차를 운전한 것으로 꾸며 범인으로 조사하여 기소했다.
유족들은 뒤늦게 사고 경위나 사고 장소가 엉터리로 수사되었음을 알고 진범인 아들과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을 고소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거짓말해도 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는 거짓말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한말 육영공원 교사 등으로 한국에서 일한 헐버트는 저서 '대한제국멸망사'에서 한국인에 대하여 '냉정과 정열을 함께 갖추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서양에서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당장에 험악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나 한국에서는 '거짓말'은 서양에서 '설마', '그럴수가', '정말' 등의 말과 같이 사용된다고 적고 있다.
그 말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거짓말에 대한 관대함은 매우 뿌리깊은 것이 된다.
거짓말에 대한 관대함은 결국 무엇이 거짓말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선의의 거짓말도 자주하면 거짓말에 대해 색맹이 된다는 말과 같다.
더구나 사법절차에 있어 거짓말은 피해자나 상대방에게 겹겹의 고통을 주는 악의의 거짓말이다.
정치나 사회, 교육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사법절차에 있어서라도 거짓말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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