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신문 '안' 창간 3인방

입력 2003-09-08 09:16:59

열정 하나만으로 뭉친 30대 초반 남녀 3명이 자그마한 '사고'를 쳤다.

안진희(30) 이성호(34) 이한얼(35)씨는 지난달 21일 젊은이들을 위한 무료 문화신문 '안(an)'창간호를 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창간호가 성공적인 것 같아요. 20대들로부터 메일이 많이 와요. 신문이나 잡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우리가 이런 일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이들이 신문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고도 절박하다.

대구의 척박한 문화풍토를 뜯어 고쳐보자는데 함께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캐나다 벤쿠버에 머물때 그곳의 문화적 토양에 깊이 매료됐어요. 대구 문화도 그곳처럼 풍성하고 여유롭게 만들고 싶어요".(안진희)

"문화 제공자와 관객 사이에 소통공간이 없고, 양쪽 모두 소통하려는 자세가 전혀 없어요. 이들의 간극을 메우고 문화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죠". (이성호)

"대구는 술집.여관만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잖아요. 문화적으로도 결코 척박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이한얼)

'안'은 큰 문화행사부터 동네 문화센터에서 일어나는 소규모 행사, 영화정보, 전시, 무용, 음악, 공연부터 작은 클럽의 공연정보, 음식점, 여행 정보 등을 빼곡히 담고 있다.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과감한 편집과 자유로운 지면배치가 흥미를 자아낸다.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잡지 크기에 36쪽의 분량을 발행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2주에 한번씩 낼 계획이다.

문학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 세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말부터. 이들은 '망해도 좋으니 하고 싶은걸 하자'면서 자신의 생업을 포기하고 무모한(?) 도전에 나섰지만, 난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지인의 사무실에 더부살이를 하고 자금을 갹출하면서 서툰 솜씨로 연습판과 시험판 제작에 매달려왔다.

영어강사였던 안진희씨는 신문을 맨 먼저 제안한 탓에 발행인을 맡았고, 시인인 이성호씨는 작가 콜로퀴엄의 간사를 하다 편집장을, 이한얼씨는 낮에는 사회복지사로, 밤에는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역할분담일뿐, 직책에 대한 큰 의미는 없다.

편집장 이성호씨는 "문화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보석같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면서 "좀더 자유롭고 참신한 편집과 기획을 해야 하고,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지금 이들은 '영업'이라는 큰 난관에 부닥쳐 있다.

동성로 일대에 깔리는 신문이 젊은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에게는 광고를 얻는 일이 아무래도 벅차다.

안진희씨는 경영을 맡은 탓인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광고에 대한 걱정을 좀처럼 놓지 못한다.

"이 기사가 나가고 나면 광고 수주하는데 좀 도움이 되겠죠?"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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