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형편도 어려우면서 무의탁 노인들에게 선행을 베풀어온 아주머니가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거창군보건소에서 청소일을 하는 이순식(51.거창읍 대동리.사진)씨는 넉넉지 못한 수입이지만 더 어려운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이 전북 군산인 이씨는 아홉 살때 어머니를 잃었고, 중학교 2학년이 됐을 때 목수였던 아버지가 등록금을 주지 않아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스물여섯 되던 해 이웃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80년에 남편의 고향인 거창으로 들어와 넉넉치는 못했지만 알뜰한 살림을 꾸려왔다.
그러나 조그마한 행복도 잠시뿐, 남편이 공장 기계에 팔을 잃어 갑자기 장애인이 되자 온집안의 생계를 떠맡을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젖먹이들을 안고 노점상.행상에 나서기도 했다.
그즈음 남편을 치료했던 병원에서 이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병원 청소부로 추천하자 그때부터 불우한 노인들을 도우기 시작한 것.
"나보다 불쌍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병원에서 알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병 못 고치는 아이를 속절없이 보내야 하는 부모, 의지할 곳 없어 혼자 죽어가는 노인들... 병원에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결국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체험한 이씨는 자신도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10여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짬날 때마다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빨래와 청소를 하고 밥도 해주었다.
또 오갈데 없는 노인들이 입원하면 사탕도 사주고 머리도 감기면서 손.발톱도 깎아 주면서 말동무도 돼 주었다.
지난 91년 지금의 근무처인 보건서로 옮겨와서도 월 60만원의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자식들이 있어도 돌보지 않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겨울철이면 연탄도 사주고 매년 명절때는 몇 만원이라도 들여 속옷이나 양말 등을 선물하고 있다.
"도움을 준 노인들의 성함이나 집주소 등은 절대 묻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씨는 "알 필요가 없어서…"라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씨같이 가난한 사람의 작은 이웃 사랑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건강함을 느낀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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