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포럼-TK여, 대구·경북을 바꾸자

입력 2003-09-02 13:30:38

흔히들 TK 지역을 야적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지역패권주의적 성향이 강한 친여적 지역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본 논단을 통해 TK의 야적 성향을 비판 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단지 일부 TK 지도급 인사들의 지역패권주의적 사고의 문제점에 대해 자아비판적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TK 지역은 과거 통일신라시대이래 한국정치 속에서 지배적 위치를 계속 향유해왔다.

이는 고려조·조선조를 거치는 동안 왕조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배세력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이 지역의 협조를 필요로 했으며, TK 역시 그들의 기득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경우 새로운 지배세력과 타협함으로써 지배적 지위를 유지코자 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현상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TK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도 자유당 정권과 YS정권 중기 이후만을 제외하고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하에서 친여적 속성을 가지고 한국사회 속에서 지역패권주의를 유지해왔다.

자유당 시기에 이 지역이 야적 성향을 보인 이유는 일제식민지 하 이 지역의 지배세력 자녀들중 상당수가 일본유학을 하였으며 그들은 1930, 40년대 일본지성계를 풍미하던 진보주의적 사상에 영향을 받고 귀국하여 TK지역의 여론주도층 인사로 성장하였다.

그들의 영향하에 있던 TK가 해방 이후 탄생한 이승만 정권의 보수적 성향과 조화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YS정권 중기 이후 TK지역이 야적 성향을 가지게 된 이유는 YS정권 출범 이후 전두환, 노태우의 구속, 고속전철의 부산역 지하화와 대구역의 지상화 계획 발표, 위천공단건설 문제를 둘러싼 TK와 PK의 이해관계대립 등으로 일종의 배신감에 연유했다고 볼 수 있다.

DJ정권에 대한 비협조는 호남에 대한 지역적 우월주의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TK는 패권주의적 지역전통이 보장될 때 집권세력에 협조하였으며 소외·배제될 때 강한 저항정신이 표출되었으며 이는 소위 "TK정서"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소위 "TK정서"란 비판적 저항정신이란 진보적 측면도 있지만 TK지역의 지역적 특성 즉, 보수성, 배타성, 강한 집단의식, 타지역에 대한 왜곡된 우월감과 중앙에 대한 열등감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TK지역민의 의식구조는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소박하며 작은 의리를 중시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

이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각종 "관계"가 강조되는 동류의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동류의식은 TK지역의 촌락이 산악에 많이 둘러싸인 구조로 타지역과의 교류가 용이하지 못한 환경적 폐쇄성으로 인해 나타난 "촌락공동체의식"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전체인구 중 타지역 출신 인사들의 점유율이 비교적 적어 주류계층의 구성이 상당히 동질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인이 TK의 일반적 정서에서 벗어난 어떤 행동을 할 경우 지역사회 주류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소신있는 행동보다는 일반적 정서에 영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TK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TK지역 주류계층 인사들의 의식구조를 보면, 과거 오랜 기간동안 중앙무대에서 지배적 역할을 담당해온 출향TK들에게 강한 동류의식을 느끼고 있다.

즉, TK는 출세한 출향TK를 통해 TK로서의 높은 자부심과 타지역에 대한 왜곡된 우월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스스로는 이들에 대해 심한 열등감을 느끼는 복합적인 의식구조를 가졌다고 볼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TK지역 내에서 계속 교육받고 성장한 인사들 중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에 대한 열등감은 TK가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되자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비합리적 반발로 표출되고 있으며 왜곡된 우월감은 타지역에 대한 비이성적 폄하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비건강한 의식구조는 TK가 합리적이고 활력있는 사회로 발전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지구촌은 냉전체제의 소멸과 함께 동서갈등 구조가 해소된 가운데 세계각국이 자국의 국가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동안 시대착오적 남북갈등이 완화되기는커녕 동서간의 지역 갈등까지 겹쳐 동서남북 갈등구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세계유일의 동서남북 갈등구조라는 불명예속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국제경쟁에서 낙오를 자초할 것인가? 이제 우리 모두 남북간의 이데올로기 갈등 완화와 동서간의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다.

TK 역시 지금이야말로 퇴영적이며 지역패권주의적 의식구조를 과감히 개혁하고 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가치관 창출을 위해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TK여, 대구·경북을 바꾸자!

장병옥(계명대 교수·대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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