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문화열기'이어가자(2)-축제,안끝났다

입력 2003-09-02 11:25:20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계U대회가 열린 대구의 8월, 다양한 문화행사로 관객들에게는 호사스러웠던 한 달이었고 대구문화예술계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한 달이었다. 30여일 동안 정신없이 행사를 준비하고 치러내면서 최소한 관객 동원 측면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성공을 이끌어낸 대구문화예술계는 어느 때보다 흥분된 상태로 U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무엇보다 대구시민들의 강렬한 문화욕구을 읽을 수 있었고, 그에 걸맞는 행사를 치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한 대구음악협회장 최영은씨는 "이러한 열기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하는 것은 대구문화예술계의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짜임새 있고 수준있는 공연에 관객들이 몰린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창극단,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서울에서 내려온 공연이었지만 오페라 '목화'나 팔도아리랑축제, 세계대학생 연합합창제, 대구국제민속연극제, 대구국제무용제 등은 순수하게 대구의 문화예술계가 만들어 낸 축제였다.

오페라 '목화'와 소리극 '팔도아리랑 축제'는 다소 미비한 점이 지적됐지만 초연이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았고, 대구를 대표하는 오페라와 소리극으로 키워나가야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연합합창제는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가 대구시향.대학연합합창단.대구시립무용단과 어울리면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고, 민속연극제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만나기 쉽지 않은 민속극단이 번갈아 무대에 서면서 관객과 함께 즐기는 축제가 어떻게 가능하며, 어떻게 치르야하는가를 잘 보여준 행사가 됐다.

또 이번의 경우 대구시와 U대회 조직위로부터 많은 행사비를 지원받아 치러 나름대로 볼만한 공연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구색맞추기식 외국팀 초청을 제외하면 대구문화예술계의 역량에 미뤄 적은 경비로도 충분히 훌륭한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구예총 권정호 회장은 "이번 행사들로 대구문화예술계의 숨겨진 역량과 시민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구시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이러한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만들기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자신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그동안 대구문화예술계가 관객들과 유리된 채 전문적인 행사만 고집해왔지만 그 전문성도 높지않아 관객들의 다양하면서도 수준이 높은 욕구를 만족시키기가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성도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지 객원전문기자인 임주섭(영남대 음대 교수)씨는 "지금까지 대구문화예술계가 관객들의 눈높이을 맞추지 못했고 대중성과 예술성은 함께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고민거리이지만 그동안 강조해왔던 예술성도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며 "예술가 따로, 관객따로의 무대를 지양하고 모두가 함께 즐기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프로그램 개발에 눈을 돌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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