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주식시장에 공개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7월 시행된다.
집단소송제를 미시적 관점, 거시적 관점, 미국의 경험 등으로 나누어 차례로 조명하고자 한다.
비상장기업과 달리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소(액)주주의 몫이 작기 때문에 소주주가 대주주를 감시.감독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또 현행 당사자주의 하에서 소주주가 많은 소송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주주는 그 점을 악용하여 소주주를 약탈할 수도 있다.
집단소송제는 대주주와 소주주의 이러한 인센티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주주가 소주주를 약탈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사기나 도둑질이 발생하듯이 상업세계에서도 대주주가 소주주를 약탈하는 경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도둑이 많지 않듯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주주가 자신의 사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집단소송을 당한 기업은 위법 사실이 법원에서 미처 가려지기 전에 소송당한 사실만으로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1997년 촉발된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특히 대기업 소유자의 독단적인 경영 등을 지목하여 투명경영을 위한 많은 제도, 예를 들어 사외이사제 등을 도입해 왔다.
집단소송제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기업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기 때문에 1997년의 위기처럼 금융회사를 포함한 절대 다수의 기업이 한꺼번에 도산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통 있는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즉 기업이 파산하여 약간의 실업을 초래할망정 경제위기의 원인이 될 수는 결코 없다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3분의1 이상을 쓰고, 법과 정책을 제정.집행하고, 통화를 발행하고, 금융제도를 결정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
이 짧은 지면에서 정부가 위기의 '궁극적 원인'임을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경제현상은 상호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의 불투명 경영이 문제라면 지금보다 훨씬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가졌던 60, 70년대에 경제성장이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김대중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을 위시한 일부 식자는 이러한 인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를 개혁하는 일은 곧 뒷전으로 밀려났고 기업만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궁극적 원인인 정부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문제가 드러나면 그것만 고치면 되는 것이다.
사외이사제 등과 같이 집단소송제도 그러한 개혁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자유기업원 박양균은 미국의 경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집단소송제로 불필요한 소송 건수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변호사에 비하면 기업은 변론을 위하여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승소할 경우에 얻는 이익은 의뢰인에 비하면 변호사가 훨씬 크다.
이러한 비용과 편익 구조 때문에 변호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문제까지 소송을 제기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둘째, 증시침체기에 소송제기건수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집단소송제가 대주주로부터 소주주를 보호하기보다는 증시침체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불만을 표출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의뢰인과 변호인의 대리인 문제, 첨단산업에서의 소송의 급증 등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도 집단소송제의 득(得)보다는 실(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제와 같이 위헌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많은 비(非)당사자주의에 의한 분쟁 해결방법은 도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가 적다.
만약 집단소송제를 굳이 도입하고자 한다면, 남소 방지를 위한 소송허가요건 강화, 기업이 무리한 소송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에 보상할 수 있는 제도 등의 안전장치가 긴요하다.
전용덕(대구대교수.경제학)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