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어떻게 보낼까-문화유적 구경·고향방문 '실속여행'

입력 2003-07-28 09:14:02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시간에 쫓기고 피곤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하는 시기. 마음은 벌써 푸른 계곡으로, 해변으로 수없이 달려간다

그러나 막상 휴가계획을 세우려면 머리가 찌끈거린다.

이미 콘도나 자연휴양림 예약은 기대하기 어렵고,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도 발목을 잡는다.

이럴땐 휴가에도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의 이웃들은 올 여름 휴가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

맞벌이 부부인 이재용(37·회사원)씨는 올 여름 휴가를 자녀들을 위해 온전히 사용할 계획이다.

평소에 자주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는 데다 글자를 익히기 전에 상상력의 세계를 넓혀줘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목적지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짧은 여행을 통해서나마 두 자녀들에게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을 만나도록 해 '더불어 사는 법'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것. 특히 큰아이의 심한 낯가림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스킨십과 책읽어주기도 빠질 수 없는 부분. 같이 뒹굴거나 목욕을 함께하면서 아빠와 거리를 좁혀볼 작정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씨는 여행은 자연을 만끽하면서도 문화유적이 있는 곳으로 잡을 계획이다.

임규식(40·회사원)씨는 대구U대회 기간중에 휴가를 맞출 계획이다.

11일간 우리지역에서 벌어지는 대학생들의 축제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직접 경기장을 찾겠다는 것. 요즘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U대회 관련 기사를 꼼꼼하게 스크랩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컵때의 아련한 기억이 새롭기도 하지만 이번엔 대구가 주최도시인만큼 자녀들에게 산공부를 시킬 수 있겠다는 복안이다.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볼 계획을 세운 최경록(40·교사)씨는 가족들에게 뜻깊은 추억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부친이 이미 고향을 떠나온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이들이 더 자라기 전에 할아버지의 어릴적 모습을 떠올려 줄 작정이다.

동생내외와 함께 온가족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박4일 일정으로 고향마을인 강원도 용평 일대는 물론 인근 평창의 이효석 마을, 오대산 자생식물원, 강릉 정동진까지 다녀올 예정. 온 가족이 지도를 펼쳐 놓고 이마를 맞대고 있다.

텐트를 치자, 물고기도 잡자는 등의 아이들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고향마을을 다녀올 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최씨도 설레는 마음이다.

지난해까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해안으로 바캉스를 떠나곤 했다는 김병원(39·회사원)씨는 1박2일 예정으로 처갓집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휴가지 바가지에다 교통체증으로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기만 하더라는 것. 가장의 체면이 좀 구겨지기는 해도 대신 가까운 근교 한 두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이다.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불러모아 소줏잔을 기울여볼까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