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방학-창의력은 성적순이 아니죠

입력 2003-07-25 13:46:10

창의성 시대다.

갈수록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사회. 교육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등보다는 창의력 있는 인재가 인기 있다.

교육도 여기에 맞춰진다.

그러나 애매하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까지도, 무엇이 창의성인지 어떡해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지 답답해한다.

창의성 시대라고 하면서도 모든 데서 정답만을 찾아다니는 획일성의 사회가 빚어내는 모순이다.

마침 대구의 초·중·고교생이 전국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나란히 금상을 탔다고 해 지도교사와 함께 만났다.

그들에게서 창의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쭑만난 이=이상우(경대사대부초6년), 라경인(여·대명중3년), 정소희(원화여고1년), 김학종(42·대명중 교사·대구남부교육청 대명발명교실 운영)

▲어떤 작품으로 수상했나

소희=광반사를 이용한 소리파장 측정기를 출품했다.

경인=또삐또삐 로봇을 냈다.

바람을 이용해 저절로 움직이는 상징물이다.

상우=비상시 대피유도장치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을 찾았다가 생각해낸 것이다.

▲작품을 고안한 계기는

상우=지하철 참사로 같은 반 친구를 잃었다.

슬픈 마음에 현장에 들렀는데 장애인 보도블록이 타지 않은 걸 보고 착안했다.

현장에 갔다온 뒤 곧바로 완구점에서 철도 모형을 샀다.

광섬유는 서울서 겨우 구했다.

앞으로 이런 사고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 아품이 조금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생활 속에서 늘 발명을 생각하는가

소희=우리 주위 모든 것들이 발명이다.

편하게 쓰는 것도 궁금증을 갖고 보면 놀라운 발명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게 뭔지 생각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보려고 생각한다.

경인=발명에 빠지면 모든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은 한두 가지 생각만 하지만 발명을 하려면 대여섯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김=발명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다.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사물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

자신이 얻은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새롭고 유용한 것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창의력이 없으면 자신에게 불편한 것이 무언지도 모른다.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소희=물리학을 전공하고 교직에 계신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르게 보라는 이야기를 늘 들으며 자랐다.

상우=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만들기를 위해 가족 외식 때도 병뚜껑 하나까지 챙겨왔다.

학교 운동장에서 자물쇠 주운 것만 3개다.

성냥개비 빈 통을 주워서 배도 만들어봤다.

경인=중학교 입학하면서 발명동아리에 가입한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대회에 한두번씩 출품하면서 흥미가 커졌다.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의 공사 현장에 가서 폐자재를 줍기도 했고 언니 아르바이트 하는 데서 엔진오일통을 구해온 일도 있다.

김=창의력을 키워주려면 자발적인 동기가 생기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조건 비슷한 공부를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차근차근 이끌어야 한다.

▲평소 공부는 어떻게 하나

상우=공부는 몰라도 책은 열심히 본다.

요즘은 세계 명작 동화를 읽고 있는데 그림이 별로 없는 것이다.

전에는 만화도 많이 봤는데 지금은 안 본다.

만화를 보면 상상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경인=학교 교육은 오직 정답만을 유도하는 틀에 박힌 방식이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게 차단시키는 것 같다.

학생들이 발명을 특이하고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두려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김=많은 학부모들이 성적에 연연하는데 1, 2등 하는 학생이 3, 4등 하는 학생보다 창의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성적이 좋다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사회에는 책과 참고서가 없다.

바로 창의력이 최고의 무기다.

▲앞으로 진로는

경인=무슨 일을 하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

지금 생각으론 사업을 하고 싶다.

핀 같이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물건도 소재를 바꾸거나 색다르게 만들면 팔리지 않겠느냐.

소희=사람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일단은 한의대에 가려 한다.

미술을 좋아하는데다 이번에 발명에 흥미가 커지다 보니 건축 설계 계통의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번에 입상한 뒤 과학 쪽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어떻게 보나

소희=의대나 한의대 선호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므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과학도, 공학도가 많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김=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져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이공계에 대해 막연히 지원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마인드를 이공계 우대 쪽으로 바꿔가야 하고 과학교육의 필요성을 모두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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