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못생긴게~잘난체 하기는…".
요즘 아이들이 입만 떼면 내뱉는 유행어다.
TV에 나오는 한 개그맨의 흉내를 내는 것이지만, 용모를 중시하는 사회적인 세태를 반영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얼굴을 바꾸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에 오늘날 성형외과 병원 앞에는 문전성시다.
'성형수술의 문화사(이소출판사 펴냄)'의 저자 샌더 L 길먼(시카고 일리노이대학 의학교수)은 성형수술을 '근대세계의 약속인 동시에 저주'라는 말로 정의했다.
멀쩡한(?) 사람이 성형외과 의사에게 기대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자율성과 의욕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지만 타고난 고유성을 포기하고 사장시키는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길먼은 성형수술을 인간이 하위 집단에서 상위 집단으로 옮겨가려는 '통과'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했다.
즉 성형은 '늙은'→'젊은', '못생긴'→'잘생긴', '동양인·흑인'→'백인', '소외집단'→'주도집단'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형수술을 삐딱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외모가 과연 과거의 흠결을 덮어주기만 하는 것일까? 혹 흠결을 새로 만드는 건 아닐까?
△성형수술은 오래되고 보편적인 유행=성형수술 붐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7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남성 유방제거 수술이 이루어졌고, 수백년전 인도에서는 절단된 코를 재건하는 수술이 성행했다.
물론 이들은 상처나 선천적 질병을 복구하기 위한 '재건 성형'이지만, '미용 성형'이란 말이 나온 것은 16세기 말엽이다.
유행성 매독의 창궐로 인해 코가 뭉그러지는 사람들이 많아져 성형수술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기 때문.
19세기 독일에 사는 유대인들은 특유의 매부리 코를 없애 진정한 '독일인'으로 편입하기 위해 코 성형수술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당시 기술로는 감염의 위험이 컸고 사망에 이를수 있는 수술이었지만, 더이상 사회에서 손가락질받고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나치 독일에서는 '너무 못생겨' 군복무에서 제외된 이들은 군인이 되기 위해 미용성형 수술을 받았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처진 눈꺼풀이 시야를 방해하고 전투력을 떨어뜨린다는 믿음에서 40세 이상 장교들에게 눈꺼풀 수술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점차 성형수술은 신체적 '추함'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백인종을 의식한 '인종 콤플렉스'까지 교정하는 수단으로 쓰여졌다.
그토록 백인이 되고 싶었던 흑인가수 마이클 잭슨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성형수술을 통한 행복추구=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미녀인가, 아닌가?
20년전 유대인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길다란 매부리 코를 갖고 있는 그녀는 가장 섹시한 여성가수로 불렸다.
못생긴 코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경우다.
못생긴 외모 한두군데 때문에 오히려 비범한 아름다움이 탄생되는 유일한 사례라고 할까.
카롤로스 매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극단적인 성형 예찬론자다.
그는 대통령관저에 성형외과 의사를 상주시키면서 수차례의 모발 이식, 얼굴 주름제거, 눈꺼풀 축소, 치아치환 수술을 받았지만, 한번도 창피해 한 적이 없는 괴짜였다.
또 근대 코 성형술의 창시자 독일의 야크 요제프(1865~1934)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수술을 했다면, 프랑스의 행위예술가 오를랑은 자신의 신체성형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왔다.
한국에서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는 그녀는 1987년 이후 서양미술에 재현된 미적 이상에 맞게 신체 각 부위들을 뜯어 고쳐왔다.
오를랑은 지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턱,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이마, 장 레옹 제롬의 '프시케'의 코, 퐁텐블로 파의 '다이아나'의 눈을 하고 있다.
그는 수술과정과 바뀐 얼굴을 스틸사진과 비디오 등을 통해 찍고 전시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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