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6·10 항쟁 기념식 불참

입력 2003-06-10 11:39:03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서울 성공회 성당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노 대통령은 김두관 행자부장관을 참석시켜 메시지를 대독케하고 6월항쟁 당시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등 관련 인사 4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측은 "참석을 고려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참석)불가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경호상의 문제가 아니라 방일외교성과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방미외교를 마치고 귀국직후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한총련 시위로 곤욕을 치른 점 등을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었다는 관측이다. 이날 6.10항쟁 기념식에서도 그와 같은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이번 방일외교에 대해 제2의 방미외교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등 지지세력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4.19와 5.18 그리고 6.10항쟁의 연속선상에 있다"며 참여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강조한 바 있고 이날 기념식에서도 김 장관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4.19혁명과 부마항쟁, 광주항쟁에 이어 87년 6월항쟁으로 분출되었고 마침내 민주주의와 정의가 승리하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냈다"면서 "이러한 국민의 힘이 오늘에 이어져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감으로써 6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면서 "16년전 그날의 뜨거웠던 열정을 오늘에 되새기며, 국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7년 부산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이끌며 직접 시위에 나서는 등 6월항쟁의 주역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기념식 참석 대신 당시 지도부와의 오찬간담회를 통해 지지세력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찬간담회는 '6월항쟁 16주년을 맞아 한국민주주의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었던 6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북핵문제 등 제반 문제를 협의하고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각계 지도인사들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87년 당시 국본 공동대표였던 고은씨와 박형규 목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과 문익환목사의 미망인 박용길 장로, 박종철씨의 아버지인 박정기 유가협 이사장, 이돈명 변호사, 함세웅신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당시 지도부를 구성했던 인사들 중 이부영.김근태 의원 등 현역 정치인은 제외됐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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