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목제수장 최환갑씨

입력 2003-06-04 09:37:16

세계 시장이 환호하는 명품을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명품을 배출하는 힘은 간단히 뼈대만 추리면 기술이 기본이다.

거기에 심미성을 지닌 디자인과 기능성이 가미된 실용성, 내구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사농공상의 서열에 기술천시풍토가 지속, 세계 일류 명품을 갖기에 척박한 환경이다.

세계 명품을 창출하기 위한 첫걸음인 기술이 독보적이어서 나라에서 명장으로 선정한 대구, 경북권의 명장을 찾아본다.

"외국에서는 일년에 수제품 명품 단 몇 개만 만들어도 사회적으로 대우받습니다.

마에스트로에 대한 인정이 바로 세계 명품으로 연결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명장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개선돼야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달 창립된 대한민국 명장회 대구지회 최환갑 지회장(목제수장)은 마치 나무를 수족처럼 어루만지며 대패질을 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대패로 나무결을 미는 최씨의 손끝에서 자연상태의 원목은 명품 공예품으로 탈바꿈한다.

수십년 목물(木物)을 만지면서 여태까지 최 명장이 단 한번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못질. 못 하나 치지 않고, 나무 의걸이장에서 침대 찬장 문갑 거실장 반닫이 구절판 사방탁자 이층장 교자상 애기장 뒤주까지 못만드는 공예품이 없다.

그래도 나무가 틀어져서 금이 가거나 문짝이 비틀어지거나 하는 법도 없다.

여름에는 늘어나고, 겨울에는 줄어드는 나무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 하나하나 움직일 수 있는 여유공간을 확보한 목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의걸이장에 장식된 문짝도 하나하나 알판이 다 움직이도록 제작합니다.

그렇다고 눈에 띄도록 헐렁해서는 헤퍼서 안되죠. 눈에 띄지 않게 살아 숨쉬는게 다른 점이지요".

또하나 최명장이 금기시 하는 재료는 화공약품. 나무색을 살리기 위해 천연염료 옻칠을 한다.

옻칠로 목제품의 색을 제대로 꽃피게 하려면 수년씩 걸리지만 갈수록 문양이 피어난다.

좋은 원목으로 나무결을 살려서 무못질로 수제품을 만들고, 옻칠을 하여서 색을 낸 목공예품은 세월이 갈수록 멋스러워진다.

최 명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 가운데 하나는 좋은 원목을 구하는 것이다.

고사목이 있다거나 오래된 집이 헐릴 때면 지체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원목을 구하고, 전국 박물관 곳곳을 훑으며 전통문양을 공부한다.

"어떤 유명화가도 흉내내지 못할 독특한 나무문양이 자연목에는 세월의 더께만큼 살아있습니다".

최근에 그가 입수한 수백년 묵은 당산나무 용목(龍木)의 문양을 공부하기 위해 많은 미대교수들이 다녀갔다고 소개한 최 명장은 명장들의 기술을 물려받을 수 있는 후세들이 많이 나오도록 사회인식이 바뀔 때 바로 세계적인 명품이 한국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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