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맞춘 퍼즐처럼 꼬인 삶도 풀래요

입력 2003-05-22 09:44:25

제 맘대로 휘둘려버리는 팔다리, 하루 종일 방바닥에 엎드려 살아야 하는 몸, 좀처럼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게 하는 목…

뇌성마비 장애인 이수나(23.여)씨가 입으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맞춰가는 모습은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뒤섞여 있는 1천개 조각을 제대로 맞추기는 비장애인에게도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일. 잠시 작업에도 이마에 진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

수나씨가 이 작업에 착안한 것은 2년 전. 자립해야 할 나이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뭣까 찾다가 이 일을 만났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선명요육원 공동작업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동이 조금 더 자유로운 동료 장애인들이 개당 5원씩 받고 플래스틱이나 고무로 된 자동차 부속 만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퍼즐 맞추기'라고도 불리는 모자이크 작업을 발견한 수나씨는 복지사를 통해 재료를 서울서 구했다.

처음 시도한 것은 500개 짜리. 하지만 그가 쓸 수 있는 것은 입과 혀뿐이었다.

그런 수단으로는 모자이크 조각들을 끼워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는 작업만도 중노동이었다.

혼자서는 엄두 내기도 힘든 일. 또다른 뇌성마비 장애인 김은주(33.여)씨가 도왔다.

수나씨가 눈으로 조각을 가리키느라 웅얼거리면 김씨는 용케도 알맞은 조각을 찾아 앞으로 내밀어 준다.

마지막 조각을 제자리에 끼워넣기 전까진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없는 모자이크는 마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수나씨의 삶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고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의 성취감은 늘 엎드려 살아야 하는 수나씨에겐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1천개 짜리 퍼즐로 완성되는 액자는 가로 1.5m, 세로 1m의 대형. 완성된 그림에는 영화포스터도 있고 이름 모를 화가 그림도 있으며 아기자기한 만화포스터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나씨는 낙관을 찍기라도 하듯, 액자에 꼭 자신의 작업 모습 사진을 함께 넣는다.

모자이크 그림 만들기를 통해 성취감을 맛본 수나씨는 지금 대학 진학까지 꿈꾸게 됐다.

3, 4만원에 산 재료로 완성한 그림을 5만여원씩에 사 주는 독지가들이 드문드문 생겨 나 용기를 준 것. 2년 동안 40여만원을 모았다.

컴퓨터도 배우기 시작해 스틱을 문 입으로 이미 '늘 푸른 하늘'이란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처럼 장애를 겪는 14명의 회원들과 장애인 행사 등의 소식을 나누고 있는 것. 지난 18일엔 워드프로세서 3급 시험에도 도전했다.

"제 힘으로 돈을 모아 꼭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힘들여 마음을 표현하는 수나씨는 그러나 모자이크 그림 작업으로 지난 2년 간 겨우 40만원을 모았을 뿐이다.

그의 작품을 일부러 사 주는 사람은 잘 해야 한달에 두어명. 대부분 작품들은 여전히 선명요육원 복도와 작업장에 걸려 있는 것이다.

053)791-0813(선명요육원).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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