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하안거

입력 2003-05-22 09:44:25

지난 15일은 음력 4월 15일로 불교에서는 승려들이 여름 수행인 하안거에 들어간 날이다.

불교에서는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석 달 동안을 여름 안거, 또는 여름 결제라고 해서 산중스님들은 절 안에만 기거하면서 절밖에는 일절 나가지 않고 정진 수행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본래 이 안거는 인도의 특수한 기후로 인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안거는 범어(梵語)로 바르사 또는 바르시카인데 우기(雨期)라는 뜻이다.

인도는 이 시기가 우기인데 우리나라의 장마철에 비해 습도가 높고 그 기간이 3개월이나 계속된다.

우기를 안거라고 한 것은 이 기간 중의 수행에 중점을 두고 의역(意譯)한 것이다.

안거는 돌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 안정하여 있다는 뜻이고, 결제는 대중들이 모여서 안거의 결의를 다지는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 기간을 안거기간으로 정한 까닭은, 비가 많이 와서 스님들이 포교를 하러 다니기에 아주 불편하였고, 또 이 시기는 벌레들의 활동이 왕성하여 다니다가 벌레들을 밟아서 죽일 염려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자기성찰의 기회로, 고요히 자기관조를 할 수 있는 안거는 우기라는 자연조건에 잘 적응함으로써 수행자들의 건강도 지키고, 미물의 생명도 보호하면서 집단적인 수행을 통해 자기완성을 꾀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자기수행은 편안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번뇌 망상을 없애고 해탈을 성취하는 일이다.

이러한 안거가 불교의 스님들만이 지키는 관습이 아니라 흐트러진 우리 마음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이를 바로 잡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올해는 어느해 보다도 어수선하고 사회적으로 놀랄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마음의 안정과 평안이 요구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처럼 환경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마음이 환경을 안정시킨다는 것을 깨달아 우리 다같이 금년 여름을 마음을 안정하는 뜻있는 기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경산대 교수.국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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