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만 7개 학교 '건물없이 개교'

입력 2003-03-06 11:57:25

매년 3월마다 되풀이되는 신설학교 공사미비 문제. 지역에서도 대구 3개교, 경북 4개교 등이 건물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개교한 탓에 학생들은 위험한 공사장 옆을 지나 진흙탕 길을 걸으며 학교를 오가고 있다. 게다가 외벽공사를 하든 내부 마무리공사를 하든 공사장 소음은 수업에 적잖은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교육청이 한두해 학교를 짓는 것도 아니고, 매년 학부모들의 원성을 들으면서도 이런 일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최소한 개교 한달 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역의 신설학교 현장을 살펴봤다.

경산시 사동 부영아파트에 사는 김모(42)씨는 최근 동부초교에 다니던 큰 아들이 옮겨갈 사동초교(3일 개교)에 가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학식을 하루 앞둔 3일 오후에도 학교 운동장에 중장비가 동원돼 모래를 다지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 게다가 특별교실과 관리실 등에는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당장 수업을 할 교실에는 책.걸상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 교사들이 걸레를 들고 먼지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교육청 공무원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개교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17학급 580명으로 3일 개교한 사동초교는 지난해 5월10일 착공해 오는 4월25일 완공할 예정이다. 68억8천여만원을 들여 보통교실 30실, 특별교실 11실, 관리실 10실, 교원편의실 6실 등을 갖춘 현대식 교사를 만든다는 것. 그러나 미완공 상태로 개교한 탓에 당분간 특별교실 수업이나 급식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사동초교 건너 편에 건립 중인 사동중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76억6천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착공해 4월말까지 25학급 교사를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는 4일 개교하는 10학급(354명)이 수업할 수 있는 교실만 겨우 완공된 상태. 3일 오후까지 화장실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교실 천장에는 전기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책.걸상이 놓인 교실은 먼지투성이었다. 1층 시청각실과 특별교실 등에는 레미콘 차량 등 중장비가 동원돼 굉음을 계속 내면서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들 학교의 학부모들은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식에 맞춰 개교를 서두른 것은 학습권은 아예 무시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태 경산시교육청 관리과장은 "해마다 학교신축 예산 배정이 늦어지는데다 설계-협의-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면 5월 초순쯤이나 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장마철, 태풍, 동절기 등으로 공사를 못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3월 이전에 공사를 마치기는 힘들기 때문에 매년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동초교의 경우 주변 공사로 인한 소음, 안전사고 예방, 학교급식 시설의 미비로 인한 도시락 준비 등에 대해 학부모들의 양해를 구하는 교장 명의의 서한문까지 보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구미의 봉곡중과 인동고도 공사가 늦어져 학생들의 수업 결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5일 입학식을 갖는 봉곡중의 경우 11학급 380여명의 신입생을 배정했으나 학생들이 수업하는 별관동 공사만 겨우 마친 상태. 전체 공정은 70%선으로 올 6월이 돼야 준공하기 때문에 한 학기 내내 수업에 지장이 우려되고 있다.

인동고의 경우 봉곡중보다 다소 나은 실정이지만 5월 중순까지는 공사 소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입생들이 수업할 1, 2층은 내부공사까지 마쳤지만 3, 4층은 아직 공사 중이며, 뒤늦게 발주한 강당동은 공사가 한창이다.

봉곡중 학부모 김모(35)는 "공사도 안끝난 학교에 신입생을 배정해 수업결손이 우려된다"며 "한 학기동안 소음에 시달리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학부모들은 "당초 교육청이 예상한 공사기간이 6월인데도 교육부 지침에만 맞추기 위해 개교를 서둘렀다"며 "만에 하나 공사장에서 학생이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했다.

사실 정부 예산으로 짓는 학교를 왜 제때 마무리할 수 없는지는 학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의문이다. 신설학교 공사 미비의 가장 큰 책임은 교육인적자원부에 있는 셈이다. 신설학교를 짓는 학교수용계획은 완공 3년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상응하는 예산지원은 제때 안된다. 대개 개교 1년전에 예산을 내려보낸다.

현장에선 부지 매입기간 등을 포함해 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정작 돈은 개교 1년을 남겨두고 집행되기 때문에 매년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2~3년에 걸쳐 지원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특수학교에만 해당된다.

경북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개교 2, 3년전에 미리 예산을 집행하는 부분을 여러차례 건의했지만 회계처리상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다"며 "그렇다고 4~6월에 완공되는 학교를 반년 이상 비워두었다가 이듬해 개교하는 것도 현재 정서상 맞지 않다보니 무리하게 개교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부의 조기 예산지원, 충분한 설계 및 공사기간 확보 등이 보장되고 교육청과 중앙부처,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조 없이는 '공사판 신설학교'에 대한 민원은 매년 3월 개교에 뒤따르는 습관성 메아리가 될 것이다.

경산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구미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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